美 최고층 빌딩도 매물로..대형 오피스 쌓인다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11.06.08 16:44
글자크기

빌딩소유주 불확실한 미래에 가격 좋을 때 빠지자 분석

미국 뉴욕과 시카고 등 대도시에 있는 대형 오피스 빌딩이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은 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미 경제의 둔화조짐 등 불확실한 미래에 건물주들의 '캐시 아웃'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 미국 시카고 윌리스 타워. 1973년 완공된 이 건물은 처음에는 시어스 타워로 불렸다. ↑ 미국 시카고 윌리스 타워. 1973년 완공된 이 건물은 처음에는 시어스 타워로 불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미국 내 오피스 빌딩 가격이 호황기에 버금갈 정도로 오르자 건물주들이 부동산 처분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 미국 최고층 빌딩인 시카고 윌리스 타워(구 시어스 타워), 워싱턴 컨스티튜션 센터, 뉴욕 시그램 빌딩 등 수많은 오피스 빌딩들이 새주인을 찾고 있다.



금액 규모로는 지난 3년래 최고 수준이다. 부동산 조사기관 리얼 캐피탈 애널리틱스에 의하면 지난 4월 매물로 등록된 오피스 빌딩 총 가치는 87억달러였다.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예비 조사에선 이보다 많은 100억달러를 기록했다.

거래도 활발했다. 뉴욕 타임스퀘어에 있는 750 세븐스 애비뉴 빌딩은 4억8500만달러에, 워싱턴 마켓스퀘어는 스퀘어피트당 905달러에 팔렸다. 부동산 조사기관 그린 스트리트 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맨해튼 중간지구 오피스 빌딩 가격은 저점을 찍었던 2009년 중순 이후 88% 상승했다.



가격 오름세는 지지부진한 증시와 저금리 기조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상업용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면서 촉발됐다. 특히 미국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둔화될 수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면서 오피스 시장 강세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호황기에 오피스 빌딩이 상대적으로 덜 개발됐다는 점도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금융시장 상황 역시 가격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금리가 낮다보니 상업용 부동산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수익을 얻더라도 투자자들이 만족한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오피스 빌딩 가격 상승은 임대료보다는 자본 시장의 영향을 더욱 많이 받았다. 예를 들면, 맨해튼 중간지구 임대료는 고점과 비교해 여전히 35% 정도 낮다. 매매 횟수는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2007년보다는 훨씬 적다. 당시 오피스 빌딩 거래 가격은 2090억달러에 달했다. 2010년에는 430억달러이며 올해는 730억달러이다.


더욱이 오피스 빌딩 시장의 회복세는 또 대도시에 국한된 현상이다. 경제 불황으로 큰 타격을 봤던 교외 지역의 오피스 시장은 여전히 높은 공실률과 낮은 임대료를 보이고 있다.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수개월째 가격이 하향 곡선을 그리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더블 딥'에 빠진 부동산시장 침체의 그늘이 언제 다시 상업용 빌딩을 덮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오피스 빌딩 소유주들로서는 불투명한 미래앞에 그나마 가격이 좋을 때 현금화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이들 중 일부는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것을 대비해 건물의 일부 지분을 매각하기도 한다. 매물로 나온 컨스티튜션 센터의 공동 소유주 중 한명인 팀 자로치는 "올해 내에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