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FTA를 어떻게 할 것인가

머니투데이 송기호 변호사 2011.05.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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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시장]FTA를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4월에 유럽과의 FTA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6월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다. 여기에 중국과의 FTA도 곧 추진한다고 한다. 이렇게 거대한 FTA를 해도 괜찮은 것일까.

도처에 FTA 찬양가가 울려 퍼진다. 어떤 사람들은 FTA를 개방과 동일시한다. 그러나 FTA는 개방이냐 쇄국이냐의 틀이 아니다. 한국은 이미 개방된 경제다. 세계무역기구(WTO)에 편입되어 하루 약 3조원의 수출입 규모다.



◇불공정한 차별 구조

FTA는 배타적 특혜 체계다. 미국과 FTA를 하게 되면 다른 나라 쇠고기에 대해 부과하는 40%의 관세를 미국산 쇠고기에는 매기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에는 심각한 왜곡이 발생한다. 가격은 더 이상 상품의 품질과 경쟁력을 반영하지 못한다. 쇠고기 시장을 다시 예로 들면, 호주산 쇠고기는 하루아침에 미국산 보다 40%나 더 비싸게 된다. 이러한 제도적인 불공정 차별이 FTA이다.



만약 FTA가 진실로 개방이라면 모든 나라와 FTA를 하는 것이 제대로 된 개방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조차 없다. 만약 한국이 모든 나라와 FTA를 하고, 그래서 모든 나라의 쇠고기가 한국에서 똑같이 40% 관세 폐지 혜택을 받게 된다면, 상대국이 한국에서 얻을 특혜가 성립할 수 없다. 모든 나라와 하는 것은 WTO이지 FTA가 아니다.

FTA의 차별적 특징은 내부에서 더 분명하다. FTA는 국내에서 차별을 만든다. 그것을 통해 이익을 보는 계층과 더 어렵게 되는 사람들로 분열된다. 한국이 FTA 협상을 가장 먼저 시작한 상대방은 일본이다. 두 나라가 FTA 공동연구를 시작한 것이 1998년이다.

한일 FTA는 한국 농업에게는 유리하나 자동차 회사에게는 불리하다. 이것이 아직도 한일 FTA가 제대로 된 협상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과 하는 FTA는 그 반대다. 농업에는 불리하나 자동차 회사에는 유리하다. FTA는 개방이 아니라 대내외적인 차별 구조다.


◇벤츠와 와인 값이 문제인가

특히 미국과 유럽의 FTA는 레이건과 대처가 주도한 시장근본주의에 서 있다. 이들 FTA는 공공이익을 위한 국가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국가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시장을 합리적으로 조정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이 국가를 규제하려고 한다. 시민의 공공 이익을 보호하는 국가를 후퇴시킨다.

대표적인 것으로 한미 FTA를 보면, 국가는 한 번 시장에 자유를 허락한 뒤에는 이를 다시 되돌릴 수 없다.(역진 방지 조항) 제주도에 한 번 영리병원을 허가하면 이를 취소할 수 없다. 미국 대기업은 한국 시장에서 한국인의 돈으로 이익을 올리면서도, 한국의 사법 제도를 벗어날 수 있다.(투자자 국가 제소)

FTA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금 한국이 겪는 문제는 더 이상 수출 대기업에 의지해서 해결할 수 없다. 수출이 늘고 투자와 고용이 느는 구조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게다가 FTA가 준다는 효과는 일시적이다.

한국에 자극받은 일본은 유럽과 FTA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FTA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사실 없다. 유럽산 벤츠와 와인 가격이 더 싸진다고 해서 민생이 나아지지 않는다. 대신 농업과 공공 정책 등 잃을 것이 더 많다. FTA는 더 이상 한국 경제의 중심 전략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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