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코리아' 유럽 자금, 그리스에 얼마 물렸기에..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11.05.25 16:53
글자크기
그리스가 외부의 추가 지원 없이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불가피한 상황에 빠지면서 유럽계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25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달들어 지난 19일까지 유럽계 자금의 순매도 규모가 2조원으로 전체 외국인 순매도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계 자금은 그리스의 채무를 최소한 만기 연장하거나 아직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채무 규모 자체를 축소해줘야 한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의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도 24일 CNBC와 인터뷰에서 유로존 은행을 포함해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 투자자들도 "그리스의 약한 디폴트"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의 부채위기 해결을 위해선 그리스처럼 취약한 국가의 채무 부담을 경감시켜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그리스의 채무를 만기 연장해주는 방안을 포함해 채무재조정이 현실화할 경우 민간 영역에서 입게 되는 손실 대부분은 유로존 은행에 국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UBS가 유럽 은행들의 실적 보고서와 지난해 여름 유럽 은행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추산해보니 그리스가 발행한 전체 국채 3300억유로 가운데 22%인 720억유로를 그리스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었다.


'셀 코리아' 유럽 자금, 그리스에 얼마 물렸기에..


그리스 국립은행이 가장 많은 물량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어 EFG 유로뱅크, 피라에우스 은행, ATE은행 등의 순이었다.

UBS에 따르면 그리스를 제외한 유럽 은행들은 전체 그리스 국채 발행 규모의 11%가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모간스탠리의 휴 반 스티니스는 그리스 은행들을 제외하고는 프랑스의 BNP파리바가 50억유로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어 그리스 국채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강한 채무재조정'이 현실화해 그리스 채무의 50%가량을 탕감해주게 된다면 BNP파리바는 약 17억유로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 은행들을 제외하고는 프랑스와 벨기에 합작은행인 덱시아의 그리스 국채 보유량이 BNP파리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모간스탠리에 따르면 덱시아는 35억유로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이 은행 전체 순유동자산 가치의 39%에 달한다. 그리스 채무가 50% 탕감되면 덱시아는 13억유로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된다.

독일의 코메르츠방크와 프랑스의 소시에테 제네랄 역시 약 20억~30억유로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리스 채무가 50% 탕감될 때 각각 11억유로와 9억유로의 손실이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그리스의 채무재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유럽 시장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편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그리스의 채무재조정으로 은행들이 타격을 입어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BNP파리바의 최고경영자(CEO)인 보두앵 프로는 이달초 FT와 인터뷰에서 그리스 채무재조정이 BNP파리바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손실 규모가 미미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