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본점3층 니트앤노트 매장에서 백화점 상품기획자인 CMD와 입점업체 사장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임마임의 오영석 사장, 롯데백화점 신남선 CMD, 앤도르의 박영배 부장, 짜임의 김정현 사장
이 틈 한켠에는 26.5㎡(약 8평) 규모에 캐주얼 편집매장인 '니트앤노트(Knit&Knot)'가 자리잡고 있다. 니트앤노트는 롯데백화점과 ㈜짜임, 오앤유, ㈜포로게토 마르코폴로 등 3개 소규모 의류 업체가 '의기투합'해 만든 니트 관련 토종 공동 브랜드이다.
이 매장의 니트 기본 가격은 6만9000원~9만9000원 선으로 타 브랜드보다 30%~40% 저렴하다. 실속있는 가격이라는 점 외에도 품질 만족도가 높고 니트 관련 아이템들이 다양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30대 여성 고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이같은 성공을 이루기 전까지 이들 업체는 ODM(제조자 개발)방식으로 기존 여성복 브랜드에 납품하는 소규모 의류 생산 방식으로만 사업을 했다. 디자인, 품질 등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업체들이었지만 자금력이 떨어지다보니 상품기획, 마케팅 능력 등의 한계가 있었다.
롯데백화점은 이같은 우수 업체의 발굴을 위해 8개월에 걸쳐 사업설명회, 품평회를 열었다. '위대한 탄생', '슈퍼스타K'와 같은 공개오디션 열풍이 불기 전, 롯데는 이미 패션 업계에 오디션 방식의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다. 오영석 오앤유 사장은 "명품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이는 백화점 여성매장에 소규모 의류업체가 입점하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며 "롯데의 판매망과 마케팅 능력을 활용해 우리의 브랜드로 상품을 팔수 있는 자체가 큰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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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앤노트' 브랜드에 참여하는 3개 업체는 롯데백화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매장 입점에 필요한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 관련 일체의 비용을 롯데가 부담하고 있다.
또 값싸면서도 높은 '퀄리티'의 상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글로벌 소싱도 마다하지 않는다. 니트 원소재인 캐시미어의 원모와 염색 등 가공처리를 중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직소싱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니트앤노트는 공동 브랜드이면서도 참여 업체별로 개별 브랜드를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 백화점 여성패션 상품기획팀 신남선 과장은 "공동 브랜드를 통해 외형 성장의 공통된 목적의식을 갖게 하면서 매장운영, 마케팅 등의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이들 업체들이 습득하게 된다"면서 "개별 브랜드를 부여하는 이유는 디자인과 품질경쟁을 유도하고 참여 업체의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짜임의 경우 롯데백화점과 조인하기 전, ODM 방식으로 납품했을 당시 매출은 연간 25억원에 머물러 있었지만 지난해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개별브랜드는 궁극적으로 협력업체들이 자력으로 독립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다. 김정현 짜임 사장은 "우리와 같은 의류 업체들의 꿈은 단독 브랜드로 독립 매장을 내는 것"이라며 "니트앤노트가 이 같은 꿈을 실현해 나가는 인큐베이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니트앤노트 외에도 '올리브핫스텁', '스타일필드', '브릿지11', '백앤백' 등의 브랜드를 협력사나 국내 신진 디자이너들과 함께 운영 중이다. 이같은 브랜드들이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이철우 롯데백화점 대표가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 대표는 "윈-윈에도 순서가 있다. 현장에서 먼저 협력업체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상생경영을 강조해 왔다.
롯데백화점은 이들 브랜드의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시장추이를 지켜보면서 우선 중국 텐진점과 북경점의 출점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