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기다리다 수천만원 헛돈"…눈물의 손절매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11.05.12 09:37
글자크기

올해 수도권 47개 입주아파트중 고작 10%만 프리미엄

편집자주 #2년 전 경기 용인의 전용 124㎡ 아파트를 7억5000만원에 분양받은 김대원씨(가명)는 최근 입주도 하지 않은 새 아파트를 분양가보다 5000만원 싸게 내놨다. 잔금을 치르지 못한 매도물량이 쏟아져 아파트 시세는 7억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김씨는 "전세로 돌리자니 요즘 전셋값이 떨어진데다 버텨도 집값이 언제 오를지 불확실하다"며 "매달 지급하는 이자와 세금을 생각하면 빨리 손을 터는 게 낫다"고 말했다.

"웃돈 기다리다 수천만원 헛돈"…눈물의 손절매


 올해 입주한 새 아파트에 프리미엄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수도권에서 입주를 실시한 47곳의 민간아파트 가운데 웃돈이 붙은 곳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입주한 용인·송도 일대 아파트는 미분양에 신규공급 물량이 쏟아진 탓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기록 중이다. 실제로 용인 H아파트의 경우 가장 큰 주택형인 전용 157㎡는 분양가보다 최대 9000만원가량 떨어진 8억원 초반에 매물이 나왔다.



 송도의 T아파트는 분양가 4억원대 전용 84㎡가 3억8000만원, 7억5000만~8억원에 공급된 117㎡는 최대 1억원 하락한 6억5000만원에도 급매물을 찾을 수 있다.

용인 성복동 K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입주한 아파트들이 계약금정액제에 무이자, 무료확장 등의 조건으로 특별분양 중이어서 새 아파트에 대한 메리트가 떨어졌다"며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자들은 적어도 2000만~3000만원은 손해를 본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 인기지역의 입주단지도 분양가 수준에서 거래되는 상황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신고된 실거래가 내역을 살펴보면 올초 입주한 용산 A아파트는 지난 3월 전용 84㎡ 저층이 7억1000만~7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의 3층 이하 분양가는 최저 6억9000만원에서 최고 7억9500만원선이다. 층과 향별로 차이는 있지만 분양가와 비슷하거나 싸게 팔린 물건이 대부분이다. 현재 시세는 8억~8억5000만원이지만 호가일 뿐 실현된 프리미엄은 거의 없다.

 이 아파트는 이자후불제로 잔금과 함께 2000만~3000만원의 이자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 악영향으로 작용했다. 용산구 L공인 관계자는 "수요자에게 인기 있는 서울 도심의 중소형아파트인데도 지난해부터 분양가 이하로 분양권이 여러 건 거래됐다"며 "입주지연 이자를 물면서 공실로 남은 투자자들의 매물이 꽤 있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자 입주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 입주자는 "입주자 카페에 들어가면 내집 마련을 축하하거나 집들이로 들뜬 분위기보다 힘든 시기를 이겨내자는 위로의 글이 많다"며 "집값이 더 떨어져 하우스푸어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출 금리에도 매우 민감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에서 다른 자산으로 투자자의 이동이 가속화될수록 프리미엄 실종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민이 부동산1번지 팀장은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빨리 처분하고 발을 빼려고 하고 실수요자들은 주택구입을 꺼리면 시장침체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