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 회장, 정몽준 전 대표에게 감사서한 보낸 사연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11.04.2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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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일본 지바현 도쿄전력 아네가사키 발전소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이동식발전설비 준공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27일 일본 지바현 도쿄전력 아네가사키 발전소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이동식발전설비 준공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전례없는 위기를 맞아 베풀어주신 모든 도움에 무척 감사히 생각합니다. 가까운 시일 내 후의에 보답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가스마타 쓰네히사 도쿄전력 회장에게 받은 감사 서신의 한 대목이다.

27일 현대중공업 (128,300원 ▼1,200 -0.93%)에 따르면 가스마타 회장은 전날 정 전 대표에 편지를 보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발생한 피해를 사과하고 사태악화를 막기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가스마타 회장의 서신을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기업인들이 대지진 이후 한국의 도움에 감사를 표한 적은 많으나, 도쿄전력에서는 특별한 입장을 밝힌 적 없었다. 더욱이 가스마타 회장은 원전사고 수습과 유례없는 전력난 대응에 여념이 없는 터다.

가스마타 회장이 서신을 보낸 데는 이유가 있다. 현대중공업이 50억원에 달하는 이동식발전설비(PPS) 4기를 지원한 것은 일본 동북부 원전냉각설비 재가동을 위한 전력공급이 이슈로 부상하던 지난달 19일 결정됐다. 당시 정 전 대표는 김황식 총리에게 현대중공업의 발전설비 급파를 제안, 이를 성사시켰다.



정 전 대표는 미국 GE가 일본에 디젤발전설비를 지원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김 총리에게 "미국에서 발전설비를 보내더라도 제작 및 수송에 상당 시간이 소요돼 신속한 지원이 어렵다. 현대중공업의 이동식발전설비를 일본에 긴급 지원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외교통상부, 주한일본대사관, 현대중공업 관계자들이 모여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중공업과 도쿄전력은 매일 1회 이상 화상회의를 열고 투입 지역 및 기술적 문제 등을 협의했다.

설비지원은 기기점검과 포장, 운송 등에 1개월 넘는 기간이 소요된다. 현대중공업은 그러나 "설비지원이 가급적 빨리 이뤄지도록 서둘러 달라"는 정 전 대표의 주문에 따라 7일간 철야작업으로 이를 마쳤고, 설비는 지난달 26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떠났다. 이 설비는 대당 1.7메가와트(MW) 규모로, 4기가 모두 작동될 경우 약 1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현대중공업은 전문 기술진도 파견해 3개월 가량 소요되는 현지 발전설비 설치 기간을 4주로 단축했다. 이런 노력으로 일본 지바현 도쿄전력 아네가사키 발전소에 설치된 현대중공업 발전설비는 27일부터 도쿄 인근 지역에 전력 공급을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의 발빠른 지원에 일본 언론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아사히TV와 NNN 등 일본 언론들은 현대중공업의 설비 지원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했고, 도쿄전력 직원들은 한글로 "한국의 지원에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날 현지에서 열린 준공식에는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이 참석했고, 고바야시 다카시 도쿄전력 화력사업소 통합소장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민 회장은 "초유의 대지진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일본 국민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일본 전력난 극복에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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