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폭탄' 설명 안한 복지부 '후폭풍'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11.04.2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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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날 25일 지나 27일로 발표연기..재보선 영향 우려한 윗선 지시 의혹으로 몸살

25일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건보료 폭탄'을 맞았지만 정부 당국이 설명을 회피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건복지부가 4·27 재보선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윗선'의 지시를 받아 발표 시점을 미룬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며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상황이다.

26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22일 2010년도분 직장가입자 건강보험료 정산과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설명할 예정이었다.



복지부는 임금인상이나 성과급 등으로 전년에 비해 소득이 증가한 경우 매년 4월 월급날에 증가분에 대한 보험료를 추가로 징수한다. 월급날 전에 알아야 혼란이 없는 만큼 통상적으로 4월 25일 이전에 실시한다. 작년에는 4월 21일에 진행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27일로 발표가 연기되며 논란이 시작됐다. 특히 상당수 회사들이 '금융위기'로 2009년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했다가 2010년 경영성과가 좋아지자 임금 등을 인상하며 올해 추가 정산되는 액수가 '사상 최고액'인 1조4500억원에 이르렀다는 점이 논란을 증폭시켰다.



복지부 측이 "올해부터 4대보험이 통합 징수되며 데이터량이 많아져 업무처리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건보료 정산 대상과 금액이 이미 지난 18일 확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일부러' 늦춘 것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고경석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관은 "기초데이터가 넘어와도 분석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늦더라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년 진행하는 데이터 분석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4·27 재보선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청와대 등 윗선이 개입한 것이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각 부처가 주요 현안을 발표할 때 청와대나 총리실 등과 협의하는 것은 통상적인 관례로 볼 수 있지만 재보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의혹을 키웠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보건복지부는 매년 4월 25일 전에 관련내용을 발표했지만 올해는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까봐 연기했다"며 "건강보험료 마저 선거에 악용한다는 국민적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대변인실은 해명자료를 내고 "실무적인 준비가 마무리되는 대료 설명할 예정"이라며 "정산 금액이 크게 늘어난다는 내용을 미리 설명할 경우 4·27 재보선 표심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윗선'의 지시 때문에 연기하게 된 것이라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의혹이 난무하는 사이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건보료 폭탄'을 맞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달 공무원들의 복지포인트 등 '복지후생비'가 건보료 정산기준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터라 정부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회사원들은 매달 정액으로 입금되는 '복지후생비'의 경우 소득으로 간주, 건보료를 낸다.

실제로 26일 오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에는 '건강보험료 폭탄'이 상위에 랭크됐으며,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황선경씨는 "월급 116만원인데 인상된 보험료와 추가정산한 보험료 45만원정도 차감하고 나니 이번달은 완전 적자"라며 "핵폭탄"이라고 말했다. 김윤주씨는 "표심이 바뀔까봐 국민의 알권리조차 훔쳐가는 것이냐"며 "어처구니가 없다"고 글을 남겼다.

한편, 복지부는 논란이 확산되자 당초 27일 예정돼 있던 '2010년 직장가입자 보험료 정산 결과' 발표를 하루 앞당겨 26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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