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코어, 곡물 투기 거래 의혹 불거져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1.04.2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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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원자재 업체인 글렌코어가 지난해 여름 러시아의 기록적인 가뭄이 지속되자 밀과 옥수수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거래를 취한 동시에 러시아 당국에 밀 수출 금지 조치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글렌코어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인수주관사 중 하나인 UBS에 공개한 보고서를 인용해 글렌코어가 곡물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동시에 러시아에 곡물 수출 금지 부과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8월 3일 유리 오그네브 글렌코어 러시아 곡물 법인 대표는 러시아 당국에 "러시아 정부는 수출을 금지해야 할 모든 이유를 갖추고 있다"며 밀 수출 금지를 요청했다. 이틀 후인 5일 러시아 당국은 금수조치를 내렸고 밀 가격은 이틀 만에 15% 급등했다.

UBS 보고서는 또 "글렌코어의 농산물 팀이 러시아 가뭄이 시작되던 지난해 봄과 여름에 매우 시의적절한 보고서를 러시아 농업계로부터 받았다"며 "이 보고서가 밀과 옥수수 매수 포지션을 취하게끔 하는 자기자본거래(프랍 트레이딩)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글렌코어는 미국 카길 사, 번지 사에 이어 3번째로 큰 러시아 밀 트레이더다.

글렌코어의 이 같은 거래는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식품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투기거래를 지목하는 등 민감한 현안이기 때문이다. 주요 20개국(G20)은 오는 6월 곡물 시장과 관련한 특별 회의를 주최할 계획이다.

논란이 일자 글렌코어는 24일 "전반적인 곡물 거래 포지션의 결과가 혼조세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글렌코어 측은 러시아 밀 금수조치로 중동지역에서 미리 체결했던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부터 더 비싸게 밀을 매입해야 했다는 점을 들며 "수출 금지가 특별히 우리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글렌코어 IPO를 위한 은행 신디케이트 중 한 업체인 리베룸 캐피탈은 이 같은 프랍 거래가 글렌코어 트레이딩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 자리 수에 머물 것이라고 추산했다.

글렌코어 IPO에 참여하는 9개 은행들의 애널리스트들은 글렌코어의 기업가치를 평균 620억달러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 중 3분의 1이 트레이딩 하우스에서 창출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글렌코어의 농산물 이자 및 세전 영업이익(EBIT)은 2배 늘어난 6억5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카길 등 다른 거대 원자재 거래 업체를 러시아 밀 금수 조치로 혜택을 봤으나 아처다니엘스미들랜드(ADM) 같은 업체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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