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중국 정부가 강력한 대책을 내놓고 나서야 ‘사재기 열풍’은 겨우 사그러들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막차를 탄 사람들은 손해를 봤다. 평소의 10배 이상 비싸게 많이 산 소금을 싼값에 내놓으려고 해도 처리할 수 없었기 때문.
디킨스의 두 도시 얘기와 중국의 소금 사재기 열풍은 닮은 점이 많다. 바로 사회 격변기에 사람들이 안정감을 못 느끼고 쉽게 화를 내고, 옅은 감정에 휘둘리며, 폭력적이 되며 주위에 무관심해지는 것이다.
첫째 경솔. 성격이 급하고 변덕스러움이다. 전환기 사회에 충만돼 있는 감정의 버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쉽게 오락에 빠진다. 도처에 값싼 웃음이 판친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웃는지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아무런 의미 없이 실없게 웃는다. 가치판단을 포기했다.
둘째 요란함. 떠들썩함은 경솔함의 발효물이다. 경솔이 행위로 드러난 게 요란함이다. 사물의 법칙과 사람의 법칙이 구별되지 않은 야만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빈 수레가 소리가 더 심한 것처럼, 사람 됨됨이 부족하다 보니 그저 시끄러운 말로 떼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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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홀림. 뚜렷한 주관 없이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는 상태다. 의지할 곳이 없으니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이리저리 휩쓸리게 된다. 구름 낀 산에 안개가 몰려드는 것처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다. 말을 그럴 듯 하게 해서 상대방을 속이는 경우로 이어지기도 한다.
넷째 과대선전. 홀림의 고급발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과대선전이 강렬한 행의 의향성과 행위 지향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홀림의 대상은 다른 사람이지만, 과대선전의 대상은 자신이다. 과대선전의 어원은 적막함이다. 사람이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3가지 욕구, 즉 포용 정감 통제가 만족을 얻지 못할 때 얻는 게 적막감이다. 고독한 사람이 과대 선전할 가능성이 많다. 사회의 홀대에 항의하기 위해 사회에 부정적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려고 한다.
다섯째 부의 과시. 고급차를 수백 대 씩 보유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지를 과시하려는 것이다. 부의 과시는 경솔함과 요란함, 홀림과 과대선전 등 부정적 심리상태의 필연적 결과로 나타난다.
여섯째 가난한 척 하기. 물질상 반드시 가난하다고 할 수 없지만 심리적으로 가난하다고 느끼는 경우와 실제로는 부자인데 돈을 빌려주기 싫어서 가난한 척 하는 경우로 나뉜다. 부의 과시의 부정적 측면이다.
일곱째 폭력성. 폭력성은 위에서 말한 경솔 요란 홀림 과대선전 부의 과시 같은 사회 환경에서 자라난다. 폭력과 부의 과시는 형제 관계다. 살인 사건을 불러일으키고 사회를 생존투쟁과 약육강식이 일어나는 야만사회로 바꿔 놓는다.
마지막으로 무관심. 가장 무서운 심리상태다. 무관심의 결과는 감정의 마비와 무감각이다. 무관심은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반응 능력을 없애버린다.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가장 비참한 심리상태다.
샤 교수가 제기한 경솔, 요란, 홀림, 과대선전, 부의 과시, 가난한 척 하기, 폭력성, 무관심. 현재 중국 사회가 겪고 있는 이런 부정적 상황은 한국에서 안심해도 될까.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 사회에도 이런 8가지 병폐가 심각할 정도로 자라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