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총장 '서남표vs러플린', 능력자는?

머니투데이 배준희 기자 2011.04.1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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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성향과 의지는 공통점, 소통 행보 두고는 '미묘한 차이'

카이스트 총장 '서남표vs러플린', 능력자는?


오는 15일 오전 카이스트 긴급 이사회가 예정된 가운데 서남표 총장과 2006년 중도 하차한 로버트 러플린(Robert B. Laughlin) 전임 총장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혁성향과 의지'는 공통적 요소
14일 카이스트에 따르면 러플린 총장은 1998년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라는 명성을 등에 업고 2004년 카이스트 최초의 외국인 총장으로 취임했다. 러플린 총장은 1979년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분수 양자 홀 효과(Fractional Quantum Hall effect)'를 이론적으로 설명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서 총장과 러플린 총장은 '개혁성향과 의지'에 있어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러플린 총장은 '한국과학기술계의 히딩크'로 불리며 화려하게 취임했다. 그는 취임 초부터 '카이스트의 사립화', '종합대학화' 등의 급진적인 정책기조를 잇따라 내놨다.

러플린 총장은 당시 △교양과목 확대 △법학, 의학부 준비과정 도입 △정부의존도 축소를 위한 수업료 신설 △영어수업 확대 △성과급제 도입 등의 '러플린식 개혁정책' 추진을 꾀했다. 하지만 이후 카이스트 교수진과 불화를 거듭하다 2006년 7월, 4년 임기의 절반만 채운 채 중도하차했다.



카이스트 교수사회는 당시 전체 교수의 89%가 러플린 총장에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 보직교수 사퇴 등으로 러플린 총장의 퇴진을 압박했다.

서 총장도 카이스트 교수 및 학생사회에 일대 '개혁의 회오리'를 몰고 왔다는 점에서 러플린 총장과 유사한 행보를 보였다. 그는 취임 직후 "MIT를 따라잡겠다"며 테뉴어(정년보장) 심사 강화, 학점에 따른 차등수업료제도 도입, 100% 영어강의 실시 등 강도 높은 개혁 정책을 잇달아 실시했다.

이 가운데 차등수업료 제도와 전 과목 영어강의 실시는 러플린 총장이 내세웠던 수업료 신설 및 영어수업 확대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됐다.


◇소통 행보 두고는 '미묘한 차이'
다만 최근 서 총장은 구성원과의 소통 측면에서는 소통 부재로 비판받다 중도 퇴진한 러플린 총장과는 미묘하게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 총장은 앞서 학부생 4명의 잇단 자살 이후 독선적인 학사운영 등으로 비판받았다. 하지만 그는 최근 교수협이 요구한 혁신비상위원회 구성을 받아들이고 학생총회에서도 학생들과의 대화에 나서는 등 이전과는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서 총장은 '혁신위의 결정을 반드시 수용하고 즉시 실행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에도 불구, 교수협의 혁신위 구성요구안을 받아들였다. 때문에 혁신위에서 서 총장의 퇴진문제는 안건으로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지난 13일 학생총회에서는 '서 총장의 개혁실패 인정요구안'이 부결됐다. 이는 학생들도 서 총장의 개혁정책 자체를 전면 부정하지는 않는 만큼 최근 소통행보의 진정성을 먼저 지켜본 후 대응방향을 정하자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한편 카이스트 오는 15일 오전 7시 30분 서울 강남 메리어트 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연다. 오명 이사장은 "서 총장의 거취 문제는 안건에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향후 서 총장이 전임 러플린 총장의 전철을 밟을 지, 이번 사태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지를 두고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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