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미스터리, 마늘밭서 풀렸다?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11.04.1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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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유통 5만원권 4억장 불구 눈에 안띄어…'어둠의 경로' 유통 의심

유통금액 기준으로 1만원권보다 더 많이 풀렸지만 시중에서는 찾기 힘들다는 '5만원권'이 마늘밭에 있었다?

100억 원대 불법 도박 수익금이 5만원권 묶음으로 전북 김제 마늘 밭에 묻혀 있다 발견되며 화제다.

5만원권은 지난 2009년 6월 발행 초기부터 소위 '어둠의 경로'로 주로 유통될 것이란 의심을 받아왔다. 실제로 5만원 권은 함바집(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비리 사건 당시 로비로 쓰인 돈에도, 국회의원 줄 소환 사태를 빚었던 청목회 사건에도 후원금으로 등장했다. 이번에는 마늘밭에 묻혔던 김치 통 속이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 유통되는 5만원권은 약 20조1076억원(3월 2일 현재)으로 1만원권(20조761억원) 보다 많다. 장수로 헤아려보면 4억장이 넘는다. 유통비중도 47.2%로 1만원권(47.1%)과 비슷하다. 그러나 1만원권에 비해 5만원권은 눈에 띄지 않는다.
5만원권 미스터리, 마늘밭서 풀렸다?


유통비중이 증가한 속도를 살펴보면 5만원권 미스터리는 더욱 오리무중이 된다. 5000원권과 1만원권은 1970년대 처음 발행됐는데 유통비중 20%를 넘을 때까지 각각 10개월과 17개월이 걸렸다. 반면 5만원권은 불과 4개월 만에 20%를 넘어섰다. 또 다른 돈들은 13개월이 지나면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5만원권은 그 이후에도 상승세를 지속했다.

5만원권의 행방을 두고 한은도 고심을 거듭해왔다. 철새의 행방을 쫒듯 전자태그를 붙이면 어떻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물론, 개인 사생활 정보 보호란 측면에서 실행이 어려운 얘기기는 하다.



한은은 5만원권이 잘 보이지 않는 데 대해 일단 '고액권 및 신권의 특성 때문'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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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권은 지갑 속 돈이 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 100달러의 경우에도 유통비중이 전체 지폐의 28%에 달하지만 시중에서 잘 쓰이지는 않는다. 5만원권 역시 1만원 미만 소액 결제 시에는 잘 쓰이지 않고, 결제 금액이 높아지면 카드사용을 더 선호하니 많이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또 5만원권은 명절이나 경조사 등에 많이 쓰이기 때문에 지갑에서 은행으로, 은행에서 한은으로 바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밖에 신권이란 호기심으로 인해 지갑 속에 넣어두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런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한은은 경마장과 우시장, 의료도매 상가 등 현금거래가 많은 곳에서도 5만원권 사용이 잦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돈에 꼬리표가 붙어있지 않은 만큼, 어디까지나 짐작이다. 한은 관계자는 "장사하는 사람들, 수표를 많이 쓰는 사람들이 (일반 개인보다)5만원권이 더 필요할 것이라 예상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5만원권 발행으로 10만원 자기앞수표 결제금액(일평균)이 30% 가량 감소하는 등 수표 수요를 상당부분 대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표와 달리 배서나 신분확인 절차가 필요 없어 간편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이번 마늘 밭 불법 도박 수익금이나 함바집 로비 등 떳떳치 못한 곳에 5만원권이 편리하게 쓰일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1만원권 현금으로 돈이 오고갈 때보다 5분의 1로 부피가 주는 점도 장점이다.

한은은 난처한 눈치다. 10만원 자기앞 수표 대체 효과로 수표 발행 및 보관 비용이 절약된다는 긍정적 측면에 비해 '지하자금으로 쓰일 것'이란 의혹이 더 강하게 부각되고 있어서다.

국회에서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한은은 이달 국회에서 5만원 행방에 대한 답을 해야 할 처지다. 한은 관계자는 "5만원권 발행은 지속되고 있지만 지난 설 명절 이후 환수가 늘며 순발행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권 효과 등이 사라지면서 정상적 유통 흐름을 보이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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