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韓 인플레 시대에 대처하려면

머니투데이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2011.04.1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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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2.0]韓 인플레 시대에 대처하려면


2011년은 확실히 인플레이션의 해가 될 듯하다. 포르투갈이 급증하는 국가부채 때문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음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은 정책금리를 0.25%p 인상했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물가 영향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실업률이 8%대로 하락하고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서자 통화정책에 대한 이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매파들은 저금리 기조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다. 물론 선진국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잠재성장률보다 낮기 때문에 금리인상이 단행되더라도 점진적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반면 경기회복이 상대적으로 빨랐던 신흥국들은 이미 수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중국은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번갈아 가며 인상했고, 인도 브라질 태국 등도 2~3차례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7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3%로 1%p를 인상했다.

신흥국들이 금리를 올리고 있음에도 금융위기 때 인하폭과 비교할 경우 미미한 수준이다. 경기회복도 진행형이어서 세계 경제 및 우리 경제 성장에는 이 같은 소폭의 금리 인상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의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도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인 물가상승은 구조화·고착화 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의 성장이 에너지, 광물자원, 식량의 소비증가로 이어지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곡물을 주식으로 소비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사료용 곡물 소비 비중은 늘고 있다. 이는 곡물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또 연평균 2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임금상승도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그동안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 덕분에 전 세계 물가상승이 억제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중국의 임금상승은 전 세계적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 농촌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는 숫자도 줄어들면서 임금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전환점(루이스 전환점)이 곧 다가올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노동생산성 향상 속도 둔화도 물가 상승을 우려하게 만든다. 그동안 중국의 높은 임금 상승률에도 빠른 노동생산성 개선은 물가 상승을 억제해주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산업생산에서 외국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고 이들 기업들의 노동생산성이 이미 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 왔다는 점은 향후 노동생산성 개선 여지가 크지 않다. 결국 중국의 노동생산성 향상 속도가 과거에 비해 떨어져 물가상승률을 높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한국 경제는 소규모 개방경제이며, 선진국과 신흥국에 대한 의존도가 비슷하다. 이러한 점을 반영해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세계 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원자재의 대부분을 수입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 세계 공급측 요인에 따른 물가 영향력은 이전보다 커질 전망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은 앞서 살펴본 전 세계의 공급측 요인들을 점검해 볼 때 과거에 비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한다면 정부는 현재 '3±1%'로 설정돼 있는 물가안정 목표를 현실화해야 한다. 또 세계경제 잠재성장 수준과의 생산갭(output gap)을 도출해 금리정책의 잣대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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