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 한달, 한국 내성 강했지만…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서명훈 기자, 반준환 기자 2011.04.1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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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소진 이후가 문제"

일본 3·11 대지진 한 달, 대일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은 우려했던 것보다 내성이 강했다. 일부 분야에서 피해가 현실화됐지만 반도체, 조선, 철강, 자동차, LCD 등 제조업은 기대 이상으로 잘 버텼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 현대자동차 (244,000원 ▼3,000 -1.21%), 포스코 (398,000원 ▼4,500 -1.12%), LG전자 (97,900원 ▼900 -0.91%), 현대중공업 (134,500원 ▼3,200 -2.32%) 등 국내 선두 제조업체들은 생산차질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관계자들은 10일 "당초 우려했던 것과 달리 아직 생산에 큰 문제가 발생한 곳은 없다"며 "재고에 여유가 있어 당분간은 큰 우려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부품이 전체 수입 부품의 1% 이하로 매우 적은 편인 데다 부품업체의 공장 대부분이 지진 및 해일의 피해를 본 일본 동북부 지역이 아닌 오사카, 고베 등에 위치해 영향이 적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또 "2~3개월치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부품 수급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철강 분야는 오히려 주문량이 늘고 있다. 포스코, 동국제강 등은 일본 동북부 제철소 가동 난항으로 대체 공급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종합부품업계도 부품별로 공정 부품 및 소재 재고를 1.5~2.5개월 확보하고 있는 데다 한 곳에서만 조달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반도체용 웨이퍼를 들여오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 관계자는 "세계 최대 웨이퍼 생산업체인 신에츠 등의 일부 라인에서 차질이 있지만 LG실트론(한국) 및 실트로닉(독일) 등 다른 거래선을 통해 추가 웨이퍼를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에츠 아메리카 등 피해지역 이외의 공장에서도 추가로 공급받고 있어 적정 수준인 45일 분량의 재고를 유지하며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한달 평소보다 바쁘게 보낸 곳도 있다. 철강과 비철금속 제련업체들은 일본 지진 영향에 따른 공급부족으로 수요가 몰리고 마진도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석유화학과 에너지도 나쁘지 않았다.

일본 대지진이 국내 산업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자동차 업계 전반은 영향이 크지 않지만 한국GM, 르노삼성 등 일부 자동차 업체들은 부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부 생산 중단 등 차질을 빚고 있다. 항공업계도 일본노선의 탑승률이 70%대까지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계에선 지난 한달보다 앞으로의 한 달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대지진으로 재앙이 끝난 게 아니라 원전폭발 사고에 이어 후속 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다. 재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장기화'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잘 버티고 있던 국내 산업에 '한달 후 재고 바닥'이라는 충격을 줄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LCD 모듈이나 가전용 반도체는 2개월 정도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제한 후 "지난 한달 생산에 큰 차질이 없었으나 재고 소진에 따른 영향이 우려돼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도 "지진 피해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일본에서 수입하는 일부 특수 도료(시라릭)의 경우 수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개월 내에도 정상 공급이 불가능할 경우 다른 공급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그동안 잘 버틴 것에 대해 "그동안 국내 산업에 영향이 없었던 게 아니라 일본 대지진의 후폭풍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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