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사마의 10억원, 기부인가 투자인가?

머니투데이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2011.04.0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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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천재와 인재를 분별해야"

욘사마의 10억원, 기부인가 투자인가?


2001년 9월11일. 뉴욕의 110층짜리 쌍둥이빌딩이 영화장면같이 무너져 내렸다. 이슬람의 항공기 납치 자살테러 때문이었다. 그것은 놀랄 만한 인재(人災)였다. 또 다른 인재인 이라크전을 단행한 장본인으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어떤 변명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이 있었다. 그것은 천재(天災)였다. 천재는 인간의 잘잘못 때문에 일어나는 게 아니다.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바다에서 갑자기 지진이 일어났다. 무시무시한 쓰나미가 도후쿠 일대를 덮쳤다. 모든 게 무너졌다. 이어서 원전이 파괴되고 있다. 지구적 방사능 오염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지진과 쓰나미는 문자 그대로 천재지변이다. 다만 원전과 방사능 사고가 인재일 뿐이다.

"이번 대지진은 하나님의 경고다. 기독교를 믿지 않는 일본인들은 깨달았으면 한다." 한국 기독교를 대표한다는 원로목사의 주장이다. "일본인의 정체성은 아욕(我慾돚자기 혼자만의 욕심)이다. 역시 이번 대지진은 천벌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가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천재와 인재를 분별해야

두 사람 모두 천재를 인재로 착각한 것 같다. 오히려 고작 99엔 배상을 받은 정신대 할머니들의 말씀이 온당했다. "많이 밉다. 하지만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사실 한국인이면서 일본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은 19세기부터 일찍이 탈아입구(脫亞入歐)를 내세우며 세계열강으로 도약했다. 20세기 초 가쓰라·태프트밀약으로 미국은 필리핀을 삼키고 조선은 일본이 짓밟았다.


가쓰라는 일본 외상이며 태프트는 미국 제독이었다. 이 밀약을 주도한 미국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과 미·일 핵밀약을 주도한 일본의 사토 에이사쿠 총리는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사실 기가 막힐 일이다. 1923년 일본 간토(關東)대지진이 있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집어넣었다." 일본 내각의 발표다. 흉흉해진 민심을 잡기 위해 조선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일본은 수많은 중국인도 죽였다. 그래서 상당수 중국 지식인조차 일본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후나바시 요이치 주필의 진단이다.

◇일본은 아시아를 짓밟아

"일본은 자기 정체성이 없다. 언제나 강한 형(兄)을 쫓아다닌다. 강대국 영국과 강대국 파시스트 독일을 쫓아다녔다. 또 미국을 의지하고 중국이 강해지면 중국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중국 지식인들이 즐겨 인용하고 있다. 이런 정서가 깔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대지진에 대해 한국 연예인들은 열광적으로 '기부금'을 발표했다. 욘사마 배용준과 탤런트 이병헌은 10억원 등을 쾌척했다. 다른 연예인들도 질세라 잇따랐다. 그러다가 4월 초순 일본의 '독도 교과서' 문제가 터졌다. "독도를 한국이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언론의 호들갑이 반전했다.

이쯤에서 '기부금'을 정리해야겠다. 진짜 기부금은 희사금(喜捨金)이다. 어떤 반대급부도 바라지 않는 마음이다. 경주 최 부자 댁과 빌 게이츠, 워런 버핏의 기부가 그것이다. 둘째, 의연금(義捐金)이 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100억엔이 의연금이다. 셋째, 부조금(扶助金)이 있다. 상가(喪家) 등에 제공하는 재물이다. 넷째, 투자다. 열매를 바라는 재물이다. 다섯째, 벌금이 있다. 감옥을 오가면서 토해내는 상당수 재벌 총수의 기부금은 기부금이 아니다. 벌금이라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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