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라 걸’ 45년만에 부활, 쓰나미 고통 미소로 잊으세요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2011.04.0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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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명 희생된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훌라 걸이 부흥의 기치 내걸어

“쓰나미로 가족과 살던 집을 잃으셨다고요. 살을 에는 고통, 미소로 잠시 잊으세요. 힘들어도 살아남은 사람의 몫을 하려면 원기를 되찾아야 되잖아요…”

탄광촌의 재기를 그린 영화 ‘훌라 걸’의 무대가 됐던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이곳에 있는 온천 레저시설 ‘스파 리조트 하와이안즈’가 45년만에 ‘훌라 걸’들의 일본 전국순회 공연을 부활하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4일 보도했다.



스파 리조트 화와이안 ‘훌라 걸’들의 공연 모습. ▲출처=아사히신문<br>
스파 리조트 화와이안 ‘훌라 걸’들의 공연 모습. ▲출처=아사히신문


대지진과 쓰나미의 자연재해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인재(人災)’에 시달리고 있는 고향 사람들에게 미소로 부흥에 대한 염원을 보내주기 위한 것이다.

이와키 시에서는 지난 3월11일 대지진과 쓰나미로 277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시설도 파괴되는 등 4억~5억엔(약52억~65억원)의 피해를 입어 휴장중이다. 황금 연휴주간(5월 첫주)에 맞춰 부분 개장이라도 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지만 원전사고로 제대로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45년 전 첫 선을 보였을 때 무대 의상을 입고 탄광이 있던 보타산의 입구에 선 초대 훌라 걸들. ▲출처=아사히신문<br>
45년 전 첫 선을 보였을 때 무대 의상을 입고 탄광이 있던 보타산의 입구에 선 초대 훌라 걸들. ▲출처=아사히신문
“방사능에 대한 근거 없는 낭설에 의한 피해는 탄광 폐쇄보다 심각하다”고 이 시설을 운영하는 ‘상반흥업’의 사이토 사장(66)은 말했다. 시내의 탄광주택에서 자라, 이와키 시의 흥망성쇠를 계속 지켜봐 왔던 사이토 사장. 이번 원전사고는 관광업계 뿐만 아니라 농업과 제조업에도 커다란 피해를 보이고 있다. 1955년대 이후, 석탄을 사용하지 않게 됨에 따라 도시가 쇠퇴하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상반흥업은 1966, 석탄채굴의 부산물이었던 온천을 살려 ‘훌라 댄스 쇼’를 중심으로 한 레져 시설 ‘상반 하와이안 센터’를 탄광 주변에서 개업했다. 탄광 작업원들의 딸들을 댄서로 키워 인기를 끌어 모음으로써 이 지역의 위기를 극복했다.


개업 전에 신입 댄서 팀이 선전을 위해 전국을 순회하면서 스스로도 성장하고 지역 사람들의 기를 살려줬던 스토리는 배우 쿠라이 씨가 출연한 영화 ‘훌라 걸’(2006년)에서 그려졌다.

다시 한번 훌라 걸이 부흥의 상징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이토 사장은 불편한 생활을 계속하는 피해자를 격려하고 후쿠시마를 괴롭히는 방사능 낭설을 불식시키기 위해 당시의 전국 순회공연을 부활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흥 상황을 지켜보면서 순회 시작 시기와 방문할 지역을 결정하되 되도록이면 넓은 지역을 순회할 예정이다.



사이토 사장은 “탄광에는 ‘일산일가(一山一家)’라는 말이 있었다. 사고가 날 경우 모두가 힘을 합해 극복해 나가는 DNA가 우리들에게는 있다”고 말한다. “우리들은 하와이안즈가 생겨났던 지금의 장소를 반드시 부흥시킬 것”이라고 강조한다.

과거의 훌라 걸들도 일어서고 있다. 영화에서 쿠라이 씨가 배역을 맡았던 초대 훌라 걸의 모델, 오노 씨(67)는 이와키 시내에서 댄스 교사를 하고 있다. 오노 씨 역시 초대 훌라 걸로 지금은 시내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요시코(63)씨들과 협력해서 실행위원회를 만들어 3월23일 전국 고교생을 모집하는 첫 경연대회인 ‘제1회 훌라 걸즈 고시엔’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후쿠시마 현외의 13개 학교가 참가를 표명해 요시코 씨의 지도로 연습을 해왔는데 대지진으로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과거 훌라 걸들은 낙담했지만 간사이(關西)에서 참가할 예정이던 사람들은 이미 해당 지역에서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그것을 본 오노 씨들은 이 지역의 부흥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올 여름에라도 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의했다. “쓰러져 가는 탄광촌을 ‘하와이안즈’가 구해내 이와키는 부흥했다. 이번에는 훌라 걸즈 고시엔이 부흥의 밑거름이 되어 은혜를 갚을 차례다.” 오노 씨는 그런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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