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영업익 '반토막'나도 "배당은 GO"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1.04.0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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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배당성향 40%p↑‥"지분 약60% 보유 오너 대거 배당"

풀무원, 영업익 '반토막'나도 "배당은 GO"


풀무원 그룹 지주사 풀무원홀딩스 (12,270원 ▲180 +1.49%)의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반토막 날 정도로 부진을 겪었음에도 예년 수준의 현금 배당을 그대로 실시해 눈총을 받고 있다.

통상 실적이 악화될 경우 배당액을 줄이거나 아예 건너뛰는 다른 기업 사례들과 대비돼서다. 약 60%의 지분을 보유한 오너에겐 전년에 이어 수십억원의 배당 혜택이 돌아가게 돼 '속 보이는 배당'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3일 풀무원홀딩스가 제출한 2010년도(27기) 사업보고서 따르면 이 회사와 종속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97억2685만원으로 2009년(355억3206만원)에 비해 45% 줄며 반토막 났다. 당기순이익도 62억7318만원으로 전년(178억7012만원) 보다 무려 65% 급감했다.

현금 유동성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유동부채의 경우 2009년 2343억8820만원에서 지난해 3238억968만원으로 38% 증가했다. 지난해 유동비율은 81%로 전년(105%)보다 24%포인트 떨어졌다. 차입금과 사채가 늘면서 부채 비율이 높아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계열사들의 시장 영향력도 다소 줄었다. 주력 자회사인 풀무원식품의 국내 두부 시장 점유율은 2009년 54.68%에서 50.43%로 4.25%포인트 줄었고, 나물은 53.27%에서 53.09%로 김치는 7.15%에서 5.65%로 비중이 축소됐다.

일단 회사 측은 지난해 영업을 못했다기보다 '세금폭탄'을 맞아 수치가 나빠졌다는 점을 해명하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관세청에 당기 중 380억원을 추징당한 부분을 잡손실로 계상해 영업손익에 반영됐다"며 "이 손실이 없었을 경우 누적 영업이익이 전기 대비 62.4% 증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09년 말 이 회사는 중국산 유기농콩 수입과정에서 신고가액 적정성 논란으로 수사를 받아 관세 추징을 당했으며 현재 조세불복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 조세불복절차가 진행 중인데다, 판결도 승소 확정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낙관적 전망으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배당을 실시한 것은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올해(2010년도분) 현금배당액은 38억6300만원으로 지난해(2009년도분·38억700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며 주당 현금 배당액도 1020원으로 전년과 같다. 주당순이익이 4943원에서 1696원으로 전년에 비해 3분의 1로 떨어졌음에도 현금 배당성향은 오히려 21.66%에서 61.58%로 약 40%포인트나 뛰었다. 배당성향이 23기 19.97%, 24기 20.15%, 25기 22.29% 였음을 견줘 봐도 올해는 훨씬 높은 수치를 보인 셈이다. 특히 57.33%의 지분을 보유한 이 회사의 오너이자 최대주주 남승우 대표이사가 22억원이 넘는 배당 이득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식음료·주류 업계의 다른 지주사인 농심홀딩스 (66,600원 0.00%)는 예년과 비슷한 17%의 배당성향을 보였으며,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하이트홀딩스 (9,100원 ▼40 -0.44%)의 경우 최대주주인 박문덕 회장을 빼고 소액주주들에게만 배당을 실시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실적과 상관없이 무리한 배당을 실시할 경우 장기적으로 볼 때는 회사가 필요할 때 투자타이밍을 놓칠 수 있어 주주들에게 손실로 다가올 수 있다"며 "배당을 하더라도 오너 최대주주가 많은 배당을 받기보다 소액주주들에게 우선 차등 배당 하는 방안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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