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의 귀환', 잊지못할 MK의 4월1일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오수현 기자, 사진=이명근 기자 2011.04.01 18:37
글자크기

정몽구 회장 "계동 출근에 감개무량… 자주 출근할 것"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1일 현대건설을 11년만에 방문한데 이어 이날 저녁 현대건설 임직원과 현대차그룹 임원들을 만찬장에 초대했다. 정 회장이 이날 서울 한남동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만찬장에 힘차게 입장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1일 현대건설을 11년만에 방문한데 이어 이날 저녁 현대건설 임직원과 현대차그룹 임원들을 만찬장에 초대했다. 정 회장이 이날 서울 한남동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만찬장에 힘차게 입장하고 있다.


1일 오전 6시30분.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한남동 자택의 대문을 열고 나왔다. 붉은색 체크무늬 넥타이를 맨 정 회장은 에쿠스 승용차에 몸을 싣고 옛 현대그룹의 뿌리, 계동으로 향했다.

11년. 정몽구 회장이 계동으로 다시 출근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2000년 계열분리 이후 정 회장의 일터는 양재동이었다. 이날 정 회장은 옛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 인수대금을 최종 납입했다. 비로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현대건설을 완전히 품게 됐다.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날이다.



30분을 달려 7시 정각 계동사옥에 도착했을 때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는 "11년 만에 현대건설 사옥으로 출근하게 돼 감개무량하다. 앞으로 (계동 사옥으로) 자주 출근 하겠다"고 말했다. 평소 말을 아끼는 정 회장이었지만 이날만큼은 환하게 웃으며 먼저 얘기를 꺼냈다.

1시간가량 현대건설 임원들과 담소를 나눈 정 회장은 현대건설 월례 조회가 열린 지하2층 대강당에 입장했다. 정 회장이 입장하기 전 사회자는 "회장님이 자리에 앉으실 때까지 임직원은 박수를 멈추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옛 주인의 귀환에 대한 예우 차원이다.



"오늘은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의 일원이 돼 함께 첫 발을 내딛는 매우 뜻 깊고 역사적인 날입니다.…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과 한 가족이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정몽구 회장은 연설 중간 중간 목이 메는지 말이 끊겼다. 정 회장은 10여 분간 연설을 현대건설 비전을 제시하는 데 모두 할애했다.

그는 "현대건설을 자동차, 철강과 더불어 그룹의 3대 핵심 미래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 하겠다"며 "특히 엔지니어링, 운영, 기획 역량이 강화된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중심의 글로벌 국가대표 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현대차그룹의 세계 190여 개국에 걸친 광대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철강, 철도, 금융 등 다양한 사업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은 현대건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건설을 그룹의 3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선언은 그룹 성장의 진정한 기틀을 현대건설 인수로 완성했다는 '포효'로 읽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현대건설 인수 의사를 표명할 때 향후 현대건설에 10조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수주 120조원, 매출 55조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룹 내 계열사들과 시너지의 한 방법으로 해외 고속철 사업에 현대로템과 동반진출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자동차가 해외 거점을 건설할 때 현대건설이 맡고 물류를 글로비스가 책임지는 방식도 대표적인 시너지의 하나다.

현대건설 임직원은 정몽구 회장에게 현대건설 깃발을 전달하자 정 회장은 단상 중앙에서 깃발을 힘차게 흔들었다. 670여 임직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오너의 귀환'을 박수로 환대했다.

8시20분. 행사가 끝나자 정 회장은 곧바로 양재동 현대차 본사로 향했다. 낮 시간은 평상시와 별반 다르지 않게 보냈다. 하지만 보고를 받는 정 회장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감회가 남달랐던 탓일까. 정 회장은 새 식구가 된 현대건설 임원들과 현대차그룹 임원들의 상견례 자리를 마련했다. 한남동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 현대건설 및 현대건설 자회사 임원 가족과 현대·기아차 부사장급 이상 임원 가족 540여 명을 불러 모았다. 진정한 가족이 됐음을 확인시켜 주는 자리다.

행사장에 걸린 두 표어가 만찬의 성격을 그대로 대변해줬다. '하나 되어 새로운 미래를 위해 '현대건설 임원 만찬'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동행, 우리는 현대자동차그룹입니다'

5시40분께 하얏트호텔에 도착한 정 회장은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입장하며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을 비롯해 현대건설 임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하나되어 새로운 미래'라는 동영상 상영으로 시작됐다. 기아차 인수부터 정 회장의 지난 10년이 녹아있었다. 정 회장은 인사말에서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이어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정통성 있는 현대차 그룹 일원이 된 것에 보답하겠다"고 화답했다.

현대건설 인수로 계열사 50개, 총자산 126조원, 임직원 수 18만4000명에 이르는 글로벌 그룹의 리더가 된 정 회장. 그는 미래로 만찬을 마무리했다.

"현대건설과 함께 하기에 지나온 10년이 더욱 의미 있고 앞으로의 10년은 더욱 더 빛날 것입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