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 선박금융사업 진출...해운사 최초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11.03.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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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STX팬오션 통해 흥국저축은행 지분 100% 인수, 선박금융업 본격 진출

STX팬오션 (4,135원 ▲25 +0.61%)이 국내 해운사 중 최초로 선박금융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STX그룹은 28일 계열사 STX팬오션이 STX건설로부터 흥국상호저축은행 지분 236만여주(65.6%)를 265억원에 취득했다고 밝혔다. 지분율은 81.25%다. STX팬오션은 추후 지분 18.75%를 추가 취득해 지분율을 100%로 늘릴 예정이다.



STX그룹은 향후 흥국상호저축은행을 선박금융 전문 금융사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해운사가 선박금융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박금융은 해운사들을 대상으로 운영자금을 장기 대여하는 금융업이다. 대부분 독일과 그리스계 금융사들이 점유하고 있으며 유럽계 해운사들을 대상으로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자금을 대출한다.



전문가들은 네덜란드와 독일, 프랑스, 그리스 등 국가들이 해운강국 지위를 유지하는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선박금융을 꼽는다. 선박 구입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해운사들에게는 안정적인 금융 조달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서는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된 하이투자증권이 선박 관련 사모펀드를 일부 조성하는 등 초보적 선박금융 사업을 진행할 뿐 전문적인 선박금융업체는 없었다.

STX그룹 고위 관계자는 "흥국상호저축은행을 통해 선박펀드를 조성하고 BDI(건화물운반지수) 변동에 따라 투자할 수 있는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라며 "해운업계 지원은 물론 선박금융 전문 인력 양성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상품 운용을 통해 상당한 수익도 예상된다. 국내 해운사들이 지속적인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데다 국내 조선업과 해운업 간 연결고리역할을 할 금융사가 없는 상황에서 시장을 선점하는 셈이다.

STX그룹의 선박금융시장 진출은 이종철 STX그룹 부회장 겸 팬오션 대표이사가 지난 25일 선주협회장에 취임하면서 예고됐다. 이 신임 협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선박금융 전문기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도 반기고 있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유럽계 선박금융사들이 자금을 회수하지 않았던 반면 대부분 시중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받았던 국내 선사들은 자금난에 허덕이며 주가 회복에 상당한 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국내 시중은행의 선박금융은 호황이면 빌려주고 불황이면 회수하는 단기대여가 대부분"이라며 "해운업은 대형 장치산업 인만큼 선박금융 육성을 위한 장기자금 유입은 분명한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STX팬오션의 흥국상호저축은행 지분 매입을 통해 265억원의 현금이 STX건설로 유입돼 STX건설의 자금 운용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STX건설은 이날 오전 한때 부도설이 나돌면서 STX팬오션을 제외한 STX그룹 계열사 주가가 장중 한때 10%이상 빠지는 등 크게 출렁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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