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에 대한 시각의 변화

머니투데이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2011.03.2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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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2.0]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에 대한 시각의 변화


지난 3월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2.75%에서 3%로 인상했다. 이전까지 정부는 가급적 경제성장을 높게 가져가기 위해 금리인상을 반대해왔다. 하지만 최근 수입 물가를 중심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거세지자 정부가 어쩔 수 없이 한은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금리인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4.5%에 이르렀고 물가상승의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이 보는 만큼 정부가 성장 목표를 일부 낮추더라도 물가를 잡는 것이 친서민적이라는 시각이 우리 사회 내에 지배적인 것 같다. 하지만 통화정책의 핵심 타깃(목표)이 물가를 잡는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의문의 여지가 있다.



이점과 관련, 지난 3월 7~8일 미국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열린 '위기 이후 거시 및 성장정책에 관한 콘퍼런스' 논의를 참고할 만하다. 콘퍼런스에서는 △통화정책 △재정정책 △금융중개 및 규제 △자본 유출입 △성장전략 △국제통화시스템 등 6가지 세션별로 금융위기 이전의 지배적 사고 중 무엇이 잘못됐고 위기 이후 얻게 된 교훈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경제 성장론의 대가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솔로 교수를 비롯해, 조지프 스티글리츠, 로버트 스펜스 교수와 같은 다수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와 위기 이후 세계 금융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어데어 터너 영국 금융감독청 이사회 의장 같은 최고위 정책당국자가 참여했다.



특히 통화정책 세션에서는 위기 이전에 지배적인 사고로 받아들여졌던 거시정책의 목표인 인플레이션 타깃 정책(물가상승률을 3% 등 특정 범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쏟아졌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금융위기의 핵심원인은 신용팽창에서 비롯됐는데 기존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분석모델에서는 은행의 신용창출 역할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음을 지적했다.

그는 거시경제의 위기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물가안정 보다 오히려 금융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소규모 신흥시장 국가의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의 75%는 해외에서 수입되는 농산물과 에너지 가격의 상승에 의한 것 인만큼 외부 충격에 따른 물가 상승을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한다면 결국 경제 성장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스티글리츠 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콘퍼런스에서 그의 주장은 과거와 달리 기존 주류 경제학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큰 반향을 불러왔다.

올리비에 블랑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또한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을 넘어 총생산 갭의 안정과 금융안정을 충분히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물가상승에만 매몰돼 급작스럽게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실질 생산이 급격히 후퇴해 잠재성장률과의 갭이 더욱 벌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갑작스런 금리 인상이 금융 불안정을 야기할 가능성도 사전에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러한 견해는 물가상승 압력은 반드시 기준 금리의 인상으로 대응해야 하고, 성장을 고려해 금리인상 속도를 낮추는 것을 반개혁적으로 보는 한국의 일부 시각과 많은 차이가 있다.

리비아 사태와 유럽 국가들의 국가부채 위기, 그리고 일본 대지진 사태 등의 영향으로 물가 불안정이 가속되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지속되고 있다. 물가 안정도 중요하지만 물가 안정만을 추구한 통화정책이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경제의 궁극적인 목표와 혹시라도 상치되지 않도록 면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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