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 아이가 거센 쓰나미 물결을 이겨냈어요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2011.03.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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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히로코 씨, 6월 출산예정..애정과 의지로 쓰나미에서 기적적으로 생환

↑ 작은 생명이 숨쉬고 있는 배를 쓰다듬고 있는 사토 히로코 씨. 사진은 산케이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작은 생명이 숨쉬고 있는 배를 쓰다듬고 있는 사토 히로코 씨. 사진은 산케이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살아야 한다. 얼어붙을 것 같은 바닷물 속을 목숨 걸고 헤엄쳤다. 뱃속에서 발길질 하는 아기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미야기현 나토리시에 사는 주부 사토 히로코(31) 씨는 작은 생명이 숨쉬고 있는 배를 조심스럽게 문지르면서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손자의 탄생을 목놓아 기다리던 아버지의 행방은 알 수 없는 상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생명이다. 소중하게 키울 것이다”고 얘기하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말을 잇지 못했다.



11일 오후3시가 조금 넘은 시간. 여진이 있을 것으로 우려해 자동차를 몰고 집을 출발해 와타리마치에 있는 본가로 향했다. 동생 부부와 그의 장남 및 장녀와 함께였다. 항상 다니던 길은 크게 뒤틀려 지나갈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해안을 따라 난 길로 들어섰다. 경고를 듣지 못해 쓰나미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다리를 건널 때 쓰나미가 닥쳤다. 이미 때는 늦어 5명이 탄 자동차는 파도에 휩쓸려 둥둥 떠내려 갔다. 밑에서부터 찬 바닷물이 천천히 차올랐다. “무서워~“ ”싫어~“라고 어린 조카 2명이 울며 소리쳤다. 그대로 있으면 곧 죽음이었다. 차 지붕 위로 올라갔다. 자동차는 눈에 띄게 가라앉고 있었다. 2명을 안고 눈앞에 떠다니는 폐자재를 잡고 올라탔다.



얼어붙을 것처럼 차가운 바닷물 속이었다. 의지할 것도 하나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 장의 다다미가 떠내려 왔다. 100m 앞에 건물이 보였다. 저기로 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다다미에 동서와 조카 둘을 태우고 동생과 함께 둘이서 헤엄치며 다다미를 밀고 나아갔다.

하지만 파도가 거세 생각한 만큼 움직여지지 않았다. 조카들이 의식을 잃기 시작했다. “애들아 잠들면 죽는다. 일어나라”고 계속 이름을 불러댔다. 추워 굳어지는 몸을 떨었다. 날은 어두워지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계속 발버둥치며 헤엄을 쳤다.

건물에 다다라 구조 보트가 던져진 것은 몇 시간이 지난 뒤였다. 온통 젖은 채 기진맥진해 의식을 잃었다. 후송된 병원의 판단은 ‘엄마와 아이 모두 위험하다’는 것. 급히 제왕절개 수술이 준비됐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회복해 뱃속의 아이도 건강하게 발길질 하고 있다. 동생 가족과 일하러 나갔던 남편도 목숨을 건졌다.


출산 예정일은 오는 6월18일. “잘 버텨 장하다”고 뱃속의 아이에게 말을 건넨다. 어떤 역경에도 지지 않도록, 그날 일어났던 일을 아이가 크면 얘기해 줄 생각이다.

이 손자의 탄생을 기쁘게 기다리던 히로코 씨의 부친(59)은 아직까지 행방을 알 수 없다. “아버지는 이 아이를 반드시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믿고, 건강한 아이를 낳아 집으로 돌아가 기다릴 것입니다.”

2만명이 넘는 사람 목숨과 26조엔에 이르는 재산피해를 발생시킨 대지진과 쓰나미. 그런 대참사 속에서도 굳은 의지로 고통을 이겨내며 내일을 기약하는 히로코 씨 같은 사람들의 희망이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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