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대통령, 연내 퇴진 포함 '출구' 모색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1.03.23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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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권력공백은 최악 시나리오…WTI 104달러로 상승

예멘 대통령, 연내 퇴진 포함 '출구' 모색


거센 퇴진 압력에 직면한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사진)이 즉각 사임은 여전히 거부한 가운데 연내 퇴진 가능성을 두고 반대세력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 일부가 시위대에 가담해 정부군과 충돌할 가능성이 고조된 가운데 양측이 평화적 타협점을 찾을 지 주목된다.

살레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국영TV에 출연, "군이 분열하면 피의 내전을 뜻한다"며 "반란자들은 지옥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예멘 북서부군을 지휘해 온 군부 핵심인사 알리 모센 알 아흐마르 소장은 이날 반(反) 살레 시위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살레 대통령은 이와 관련 "아무도 쿠데타로 권력을 잡을 수 없다"며 "반란의 시기는 끝났으며 장교들은 언론에 현혹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군이 테러를 기도해선 안된다"며 "군 지도부는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살레 대통령이 이처럼 군부의 이탈 움직임에 강력 경고한 반면 예멘 대통령실의 아흐메드 알수피 대변인은 이날 전화 인터뷰를 통해 살레 대통령이 새 정부 구성 후 올 연말에 물러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알수피 대변인은 군사위원회에 정권을 넘겨주기로 하면 살레 대통령이 연내 퇴진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 살레 대통령이 자신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부족장들과 '출구'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의 임기인 2013년까지 채우지 않고 대통령직에서 조기 사임하되 신변 보장을 타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시위대 측도 살레 대통령이 연내 물러난다면 그가 계속 예멘에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촉즉발…'제2 리비아' 막으려면 타협 필요= 외신들이 전한 예멘 현지상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난 18일 정부군이 시위대에 발포, 46명이 사망하는 인명피해를 내고 양측 갈등은 더 깊어졌다.

살레의 아들이 이끄는 부대는 탱크를 대통령궁 주변에 배치했지만 이미 반군에 가담한 군부도 탱크로 맞섰다. 자칫 양측이 충돌하면 리비아에 이어 예멘에서도 내전이 발발할 위기다. 이에 충돌보다 대화를 통한 해결 모색이 시급해 보인다.


예멘에 복잡한 정치·경제 역학이 교차하는 것도 대화를 촉구하는 한 이유다. 미국은 그동안 살레 대통령이 이슬람 테러리즘과 싸우는 데에 중동의 주요 동맹이자 거점 역할을 해 온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자칫 미국이 예멘에 대한 영향력을 잃으면 알카에다를 겨냥한 대테러 활동과 아프간 전을 진행하는 데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 살레가 즉각 퇴진하고 예멘에 권력공백이 생겨 테러의 또다른 거점이 되는 것은 미국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따라서 미국도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강요하기보다 원만한 타협을 지지할 이유가 충분하다.

다만 살레 대통령이 점차 기반을 잃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궁지에 몰린 살레 대통령이 최악의 선택을 할 경우 예멘은 한순간에 포화에 휩싸인다. 국제유가가 요동치는 것도 불가피하다.

유라시아그룹에 따르면 예멘은 하루 30만 배럴 원유를 수출하는 산유국이다. 지난 주말엔 주요 파이프라인이 파손된 것으로 알려져 유가 상승요인을 더했다.

데이비트 하트웰 IHS글로벌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정치인들과 정당 구성원들이 점차 등을 돌리면서 살레의 지위가 약해지고 있다"며 "전면 군사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낮지만 대통령이 시위대에 발포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시각 오후 3시8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4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배럴당 1.67달러(1.63%) 오른 104.0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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