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예산을 덜 쓰면서 국가기반시설을 확충할 수 있는 좋은 방안으로 칭찬받고 시행된 민간투자사업. 이에 관한 논란, 특히 최소운영수입보장률(MRG)의 적정성 그리고 민간투자사업의 당위성 등과 관련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급기야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의 부실로 판명된 여러 정책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시민이 어렵게 낸 세금을 낭비했다는 측면으로 그 논란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논란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정책결정 과정, 특히 사업의 타당성 검토에 있어서 문제점이다. 시민의 세금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의 사업이라면 이른바 전문가들이 그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런데 세금이 낭비된 사업에 관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왜 사업타당성에 관한 평가가 과장되었다는 지적이 빠짐없이 나오는 것일까.
자신의 전문가적 윤리와 능력을 무시하고 다른 잣대를 사용해 리더가 좋아하는 결과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 고약하다. 한국에서 이루어진 한 연구에 따르면 서양인들은 태도가 행동으로 옮겨질 때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갖는 기대를 고려하지만 (즉 자신의 태도는 분명함), 한국인들은 태도가 형성될 때 이미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갖는 기대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른바 객관적인 평가자가 처음부터 자신의 태도 속에 사업 시행 공직자의 기대를 포함하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평가자는 전혀 심리적 모순이나 부조화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제도를 옹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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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성 평가는 전문가의 역할이다. 전문가는 단순히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독자적인 윤리기준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겉으로 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합리적 절차라는 틀 속에서 전문가들은 집단사고라는 덫과 '스스로 알아서 권력자의 의중을 헤아려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위험 속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세금의 낭비를 막기 위해 시민의 적극적 참여, 올바른 공직자 선출, 책임추궁 등 여러 방안도 필요하다. 그러나 정책결정의 절차가 진정으로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각성과 사회(특히 권력자)의 전문성에 대한 인정이 절실히 요구된다. 가장된 합리성과 비합리성이라는 덫에 갇힌 전문가를 구하는 것이 더 절박하다는 말이다.
용인 시의회가 용인경전철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업타당성 조사에 참여한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갈지 모르지만 그들의 솔직한 속마음을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