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서울의 한 명문대에 재학 중인 이모씨(23)는 지난해 8월 게임을 하다 사기까지 당했다. 세븐포커 등 '한게임'이 제공하는 도박게임에 빠진 이씨는 가상의 공간에서 짜릿한 도박을 즐기기 위해 현금을 주고 게임머니를 구입하려다 돈을 떼였다. 이씨는 게임에 눈이 멀어 사기란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고 결국 게임머니를 사려고 택배회사에서 3개월 동안 잡일을 하면서 어렵게 번 돈을 모두 날렸다. 이씨는 "학교생활도 엉망이 됐고 이제 더 이상 희망도 꿈도 없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중고차딜러로 일하는 한모씨는 "2005년부터 친구의 권유로 '뮤'라는 온라인 게임을 시작했다"며 "금새 싫증이 날줄 알았는데 아이템을 사 모으고 게임레벨을 올리는데 재미가 붙어 5년 동안 게임에 빠져 살았다"고 말했다. 한씨는 게임에 빠져 중고차 중개업을 해서 번 수천만원을 모두 날리고 자신이 운영하던 작은 가게도 문을 닫았다며 한 숨 지었다.
김씨는 "시험이 코앞인데도 게임에 몰두하느라 공부를 전혀 하지 못한 적도 있고 주변에서 게임에 빠져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자주 봤다"며 "게임을 계속하는 것이 문제란 것을 알면서도 쉽게 끊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어기문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장은 "지난해 12월쯤 게임중독에 빠진 30대 은행원과 상담을 한 적이 있다"며 "이 은행원은 한게임 도박게임에 빠져 결혼자금까지 다 날리고 게임을 하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받은 1억원도 모두 탕진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어 소장은 "이 은행원과 같은 사례가 너무 많아 일일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게임중독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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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국립서울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최근 한게임 등 온라인 게임 중독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로 교수나 전문경영인 등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도 게임 중독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다"며 "도박게임에 중독되면 조절장애가 발생해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자살까지 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게임중독에 빠지면 수면부족, 건강악화, 인간관계 단절을 부르는데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혼동하게 돼 끔찍한 사건을 저지를 수 있고 게임중독자의 뇌는 마약중독자의 뇌와 같다고 전문의들은 설명했다.
온라인게임 피해 전문변호사인 김용수 변호사는 "게임머니나 아이템 등이 실제 돈으로 거래되는 것을 알면서 방치했다면 형법상 도박장 개설, 도박 방조죄에 해당될 수 있지만 실제로 처벌된 경우는 전무하다"며 "관계 당국의 인식 전환과 온라인 도박게임을 규제할 수 있는 법규정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3440명에서 지난해 10만8774명으로 최근 4년 동안 게임중독 증상을 보여 상담을 받은 청소년이 31.6배가량 증가했다"며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상담센터를 확대 운영해 상담과 예방교육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www.naver.com) 운영업체인 NHN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게임 사이트인 '한게임'을 운영하며 게임 사이트들을 공격적으로 인수, 넥슨, 엔씨소프트와 함께 국내 3대 온라인 게임 업체로 성장했다.
2009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송훈석 의원(무소속)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NHN은 2008년 1조2081억원의 매출액 가운데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3667억원을 한게임에서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한게임의 당기순이익은 3631억원으로 전체 순이익의 32%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