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힘센 장사도 유행성 독감엔 속수무책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11.02.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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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독재체제가 장기간 이어져왔던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시위가 격화되며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이번에는 리비아가 변혁의 핵으로 부상했다. 리비아는 최근 시위가 벌어진 국가 가운데 첫 석유 수출국이다.

리비아가 전세계 석유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지만 산유국의 정정 불안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유가를 끌어올리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2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초점도 중동의 정정 불안과 유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뉴욕 증시는 리비아 등으로 확산된 민주화 운동에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22일 국제 유가와 아시아 증시가 중동과 북아프리카 정정 불안의 직격탄을 받은 만큼 뉴욕 증시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눈을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유가, 경제에 부담되는 티핑 포인트 직전



22일 도쿄 상품시장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18일 뉴욕 상품거래소 종가 대비 9.2% 급등하며 98달러까지 치솟았다. 뉴욕 글로벡스 전자거래에서는 6% 가량 오르며 85달러를 나타냈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 전자거래에서는 브렌트유 4월 인도분 가격이 2.2% 오른 108.11달러를 기록했다. 중동산 두바이 유가도 이미 100달러를 넘어섰다.

캠브리지 에너지 리서치의 회장인 댄 예르긴은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 경제에 부담을 주기 시작한다”며 “소비 심리와 지출이 타격을 입으며 항공을 중심으로 기업들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증시는 유가 상승 외에 또 하나의 복병을 만났다. 지난 주말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오는 10월부터 시작되는 회기의 연방예산을 정부 원안에서 615억달러 삭감해 가결한 것이다.


이에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이 크게 반발하며 예산안 통과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며 연방정부 폐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헤지펀드 매니저 조지 소로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 주도권을 잃고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통상 재정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잠재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탈(脫) 이머징 자금 빨아들인 뉴욕 증시, 이번엔?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뉴욕 증시에 어떤 요인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지금까지는 중동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뉴욕 증시에 호재가 됐다. 이머징 증시에서 지난 16일까지 4주 연속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증시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식 역시 위험자산이지만 이머징 주식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는 안전자산이다. 이머징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뉴욕 증시로의 이동을 계속한다면 돈의 힘으로 뉴욕 증시는 랠리를 이어갈 수 있다. 이런 돈의 이동이 최근 뉴욕 증시와 이머징 증시간 디커플링(비동조화)의 원인이기도 했다.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이날 1.9% 하락했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일본조차 리비아 정정 불안으로 유가가 상승한 가운데 무디스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치가 겹치며 1.8% 하락했다.

한국 코스피지수 역시 1.8% 하락하며 올들어 최저치로 내려갔다. 외국인들이 3000억원 이상 순매도하며 최근의 ‘탈(脫) 이머징’ 움직임을 계속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6% 하락하며 상대적으로 타격이 컸고 홍콩 항셍지수도 2.2% 떨어졌다.

신한BNP파리바의 임정재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중동 이슈가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정치적 불안정성이 다른 지역으로 어디까지 확산될지 불확실성과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JP모간 체이스의 외환 담당 이사인 매튜 브래디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정치적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위험 회피 거래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매업체 실적이 낙폭 결정할 듯

뉴욕 증시는 3일 휴장을 앞둔 지난 18일에도 상승세를 타며 랠리를 이어갔다. 하지만 동시에 글로벌 경제 곳곳에서 악재가 속출하는 가운데 쉼 없이 올라온 만큼 급락에 취약하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은 1989년부터 매월 부유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뉴욕 증시가 향후 6개월 내에 폭락할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는데 지난 12월 조사에서는 폭락 가능성이 최소 10%라는 대답이 75%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5월6일 ‘순간 폭락(Flash Crash)’이 발생하기 바로 전달인 4월에 이뤄졌던 조사 때 폭락 가능성이 최소 10%라는 대답이 68%를 기록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사이클에 들어선데다 글로벌 자금 배분의 수혜를 입으며 상승세를 계속하고 있는 뉴욕 증시지만 장기 상승세에 따른 피로감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은 조정을 재촉하고 있다.

22일 뉴욕 증시에서는 개장 전에 소매업체들의 실적이 대거 공개되며 미국의 소비 현황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이날 실적을 발표하는 소매업체는 월마트, 홈디포, 메이시스, 라디오 샥, 오피스 디포 등이다.

오전 9시에 지난해 12월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가 발표되고 오전 10시에는 콘퍼런스보드의 2월 소비자신뢰지수가 발표된다. 장 마감 후에는 컴퓨터회사인 휴렛팩커드의 실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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