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집계하는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 1월에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이 2년 전 대비 16.4%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에 전세가격이 급등한 2003년 이래 처음 나타난 높은 상승률이다. 그래서 전세위기가 된다. 서민들의 일상이 온통 전세가격 상승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전세버블이 되는 것이다. 더욱 가공스러운 것은 이러한 수치조차 탁상공론이라는 점이다. 1억원이었던 아파트 전셋값이 20% 상승하는 것과 2억원으로 올라간 아파트 전셋값이 20% 상승하는 것은 매우 다른 삶을 요구한다. 더욱이 지난 10년간 전셋값이 급등한 시기 이전에는 일정한 하락기가 존재했다.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전세시장은 과거와 완연히 다르다.
매매시장 안정화를 전세가 상승의 원인으로 보기에는 시장규모가 지나치게 크며 광역적인 가격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백번 양보하여 매매시장 안정화가 전세가 상승을 낳고 있다고 본다 해도 문제가 생겨난다. 그렇다면 매매시장 안정성이 지속되면 전세가격이 계속 상승한다는 것인가? 추가 대책이 없다거나 전셋값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정책당국의 언급은 정책당국 스스로 매매시장의 불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인가? 한국에만 있는 제도라는 이유로 전세시장이 지나치게 방치되어 왔다. 단적인 예로 공신력 있는 전·월세정보를 공개하게 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고 전세와 관련된 대출제도는 저소득층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도 부재하다. 전세금 그리고 중개와 관련된 각종 세제도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대로 두기에는 거래단위가 지나치게 커졌다. 지난 수년간 시장 근본주의자들이 매매가격 상승원인을 공급부족으로 돌렸듯이 전세시장 역시 공급부족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공공부문의 안정적인 전세주택 공급이 요청되는 것이다. 특히 전셋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팽배한 만큼 이를 한 번에 잠재울 수 있는 단기적인 공급확대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얼마 전 배추파동이 발생했을 때 정책당국이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곱씹어 볼 일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통큰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