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두려움 없는 모멘텀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11.02.1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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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는 16일(현지시간) 다시 강한 탄력성을 보이며 반등했다. 전날 1월 수입물가 급등에 따라 야기됐던 인플레이션 우려는 없었다.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예상치를 소폭 웃돌았으나 걱정할만한 수준이 아니었으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오히려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낮췄다.

뉴욕 증시는 0.5%도 안 되는 하락률을 보인 바로 다음 날 전날 낙폭을 웃도는 상승세를 과시했다. 전문가들은 뉴욕 증시가 하락 뒤 바로 반등하는 탄력성을 보여준데 대해 저가 매수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3가지 상승 동력-FRB, M&A, 실적

이날 상승의 근거는 FRB의 경제 낙관론, 기업 인수·합병(M&A) 소식, 기업들의 실적 호재 등 크게 3가지였다.



FRB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3.0~3.6%에서 3.4~3.9%로 올렸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8.9~9.1%에서 8.8~9.0%로 낮췄다.

반면 개인소비지출(PCE) 기준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1~1.7%에서 1.3~1.7%로 하단만 소폭 올리는데 그쳤다. 오히려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0.9~1.6%에서 1~1.3%로 상단을 낮췄다.

FRB의 경제 전망은 미국의 경제가 개선되고 있지만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란 믿음을 확신시켜 줬다. LPL 파이낸셜의 이코노미스트인 존 커낼리는 FRB의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전망을 봤을 때 조만간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내년 근원 물가상승률 전망치의 중간이 1.25%인데 이는 FRB가 안정적이라고 판단하는 1.5%보다 낮은 것이고 내년 실업률 전망치 중간은 7.8%인데 이는 정상으로 여겨지는 수준인 6.7%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최근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한편 최근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가구 등도 지수에 포함돼 있어 실제 물가상승률과 지표로 인식되는 물가상승률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택착공실적 '서프라이즈'..PPI 상승률은 예상 수준

이날 프랑스 제약그룹인 사노피-아벤티스는 젠자임을 201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고 할인점인 패밀리 달러 스토어는 트라이언 그룹의 인수 시도를 받아들인다고 발표했다.

벨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의 수석 투자 책임자인 매트 킹은 “M&A가 올해 내내 계속 활기를 띨 것”이라며 “이는 미국 기업들이 경제에 확신을 갖고 있으며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전날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델컴퓨터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3개월간 기업들의 컴퓨터 수요가 늘면서 순익이 세배로 늘었다고 공시해 12% 폭등했다. 농기구 제조업체인 디어는 순익이 두 배 이상 급증했고 미디어회사인 콤캐스트는 실적이 예상치를 웃돈 것은 물론 배당금까지 높여 증시의 상승 재료가 됐다.

경제지표는 혼조세였다. 1월 주택착공건수는 14.6% 크게 늘어나며 예상치를 웃돌았다. 하지만 1월 산업생산은 전망과 달리 0.1% 소폭 줄었다.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0.8%로 예상치 0.7%를 소폭 웃돌았다.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0.5%로 예상치 0.2%를 다소 큰 폭으로 상회했다.

◆순수한 모멘텀 장세..두려움이 너무 없다는 것이 문제

YCMNET 어드바이저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마이클 요시카미는 “경제지표가 혼조였음에도 가가 올랐다는 것은 현재 증시는 다른 무엇보다도 모멘텀에 의해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증시 약세는 그야말로 휴식이었을 뿐”이라며 “시장의 전반적 추세는 여전히 상향이며 증시 근간에는 여러 가지 긍정적 요인이 많다”고 밝혔다.

팀 애셋 스트래터지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제임스 데일리는 “지금 증시는 순수한 모멘텀 장세를 펼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역을 출발하는 기차를 놓칠까 두려워 하는 심정으로 매도를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웰스 파고 프라이빗 뱅크의 투자 이사인 에릭 데이비슨은 “S&P500 지수가 채 2년도 안 돼 두 배가 됐다”며 “이는 신중한 투자자들도 시장에 머물러 있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S&P500 지수가 100% 올랐다면 이는 이상 과열 수준이며 투자자들의 과잉 확신을 조심해야 할 단계”라며 “주기적으로 조정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지 않느냐”고 경고했다.

또 “여기에서 투자자들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이 너무 없다는 그 자체”라며 “기술주 버블이나 주택시장 버블, 일본 증시 버블에서 목격했듯이 두려움이 없을 때가 두려워하기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S&P500 지수는 이날 8.31포인트 오른 1336.32로 마감해 2009년 3월6일의 장중 저점 666.79 대비 두 배가 됐다. S&P500 지수가 두 배가 될 때까지 걸린 기간은 707일로 시장 분석기관 비리니이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이는 1936년 이래 최단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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