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 회장, 승진 첫 작품은 맥주사업(?)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11.02.1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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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맥주 기념행사서 "그룹 숙원, 맥주사업 진출"

롯데 신동빈 회장, 승진 첫 작품은 맥주사업(?)


10일 부회장에서 승진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56.사진)이 빠르면 연내 맥주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의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신 회장은 지난 9일 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층에서 열린 '아사히맥주 100만 케이스 돌파' 기념행사에서 기자와 만나 "맥주 사업은 그룹의 숙원 사업"이라며 "연내에 맥주 사업에 반드시 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지분율 85%)은 일본 아사히맥주(지분율 15%)와 공동 투자해 설립한 롯데아사히주류를 통해 아사히맥주를 수입해 판매한다. 특히 기념행사장 헤드테이블에 신 회장(당시 부회장)과 함께 일본 아사히맥주 오기타 히토시 회장이 나란히 앉아 눈길을 끌었다.

업계에선 이에 따라 신 회장이 회장 승진 이후 '첫 작품'으로 롯데의 맥주사업 진출에 더욱 공을 들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2000년 출범한 롯데아사히주류는 50만 케이스 판매를 돌파하는데 8년이 걸린 반면 다시 50만 케이스를 추가 돌파하는 데는 2년여밖에 걸리지 않았다. 2005년 이후 연 평균 54% 판매 신장율을 보일 정도로 한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아사히주류는 롯데그룹 입장에선 아쉬운 대목이 많다. 주류 제조 면허가 없어 일본 아사히맥주 기술로 중국에서 술을 병입해 수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 매출은 620억원으로 비록 판매 신장 속도는 눈부시지만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하이트맥주(국내1위) 외형에 비하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맥주 사업에 반드시 진출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단순 수입 판매가 아니라 '롯데' 브랜드로 맥주를 만들어 팔겠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이 앞으로 2∼3년내 맥주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보다 빨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연내에 맥주 사업 진출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맥주를 제조·판매하려면 기존 맥주업체를 인수하거나, 정부로부터 주류 제조면허를 취득해 공장을 세우는 2가지 방식이 있다. 신 회장은 특히 미국계 사모펀드로 현 오비맥주 최대주주인 콜버그 크라비츠 로버츠(KKR)가 오비맥주를 재매각할 경우 인수전에 다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5월, 당시 오비맥주 최대주주인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매각했을 때 롯데그룹은 막판까지 KKR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지만 고배를 마셨다.


신 회장은 "오비맥주가 언젠가는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나오지 않겠느냐, 그러면 인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옆 자리에 앉은 오기타 회장을 가리키며 "(맥주 전문가인)회장님에게 물어보라"며 직접 기자의 질문을 일본어로 통역해 오기타 회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오기타 회장은 "(오비맥주)인수 가격이 싸다면 롯데가 인수해야 한다"고 말했고, 신 회장은 "내 생각도 같다"고 했다. 신 회장은 "만약 KKR이 오비맥주 지방 일부 공장만 매각해도 인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했다.

신 회장은 인수합병이 아닌 독자적인 사업 진출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직접 진출 방식으로도 맥주 사업을 벌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 때 소문이 무성했던 세종시에 맥주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세종시는 힘들다고 본다"고 했다.

신 회장은 그룹 계열 주류기업들의 통합에 대해선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분명히 했다. 그는 "롯데제과와 롯데삼강도 서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빙과사업 마켓쉐어(시장점유율)를 넓히고 있다"며 "주류사업도 그룹 계열에 2개 이상 회사가 있다고 해서 이를 통합할 필요까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근 그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문과 롯데주류BG 통합설과는 배치되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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