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들, 몸값 안받고 금미호 풀어준 까닭은

머니투데이 중앙일보 2011.02.1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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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해적과 협상 없다” … 아덴만 여명 작전 효과
해적들, 금미호 무조건 석방 왜

납치 직전 케냐 몸바사항에 정박돼 있던 금미305호. 임시선적증명서를 받으면서 이름을 ‘GOLDEN WAVE NO 305’로 바꿨다. [케냐 교민 김종규씨 제공]<br>
납치 직전 케냐 몸바사항에 정박돼 있던 금미305호. 임시선적증명서를 받으면서 이름을 ‘GOLDEN WAVE NO 305’로 바꿨다. [케냐 교민 김종규씨 제공]


해적과 타협하지 않는 정부의 원칙이 승리했다. ‘아덴만 여명’ 작전의 교훈도 컸다. 금미305호가 9일 해적들로부터 풀려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선원 43명과 함께 금미305호가 이날 풀려나면서 해적에 의한 한국인 납치 사건은 모두 마무리됐다. 외교통상부는 이날 “우리 청해부대의 요청에 따라 인근 해역에서 작전하던 연합함대 소속 핀란드 함정 1척이 선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금미305호 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말했다. 금미305호는 선원이 가장 많은 케냐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앤드루 므완구라 동아프리카 항해자 지원프로그램(EASFP)의 운영자는 “해적들이 요구한 몸값을 받을 가능성이 없고 인질들을 먹여살릴 방도가 없어 풀어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해적들, 몸값 안받고 금미호 풀어준 까닭은
 금미305호에 선원과 선용품을 공급한 케냐 몸바사 항의 선박대리점 대표인 한국 교민 김종규(59)씨는 해적들과 끈질긴 협상을 벌여왔다. 김씨는 본지 기자와 통화를 하고 금미호 석방 상황을 설명했다.

-언제 연락을 받았나.



 “8일 저녁(현지시간)쯤 풀어준다고 연락받았다. 배는 곧바로 항구를 떠났다. 연합함대를 만나려면 12~15시간쯤 걸린다. 한국 시간으로 10일 오전이 돼야 연합함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몸값을 줬나.

 “특별히 돈을 준 건 없다. 해적들도 돈을 받을 수 없는 것을 알고 배에서 돈 되는 것은 다 가져가고 배와 선원만 돌려줬다. 심지어 배의 닻까지 떼어 갔다. ”


-어떻게 협상을 했나.

  “납치된 케냐 선원들 가운데 무슬림이 많은 것을 알고 케냐 무슬림 지도자를 통해 설득했다. 소말리아 유지들에게도 도움을 청했다.”

-선원들의 건강 상태는.

 “기관장이 말라리아에 걸리고 선장도 몸이 안 좋다. 케냐 선원들 가운데 정신이상을 보이는 선원들이 있어 해적들이 계속 억류하기에 부담을 느꼈다.”

 김씨는 "금미305호가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해적 모선으로 여러 차례 동원됐다”고 말했다. 해적들은 몸값을 받지 못하자 ‘몸값이 없으면 해적질을 하라’며 금미305호를 강제로 끌고갔다는 것이다.

 해적들은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선사가 파산한 데다 금미305호의 가족으로부터 석방금을 타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 정부도 석방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삼호주얼리호의 구출작전에 나설 정도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해적들은 현실적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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