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대란'…호주 젖소 도입 첫 추진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1.02.1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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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개선 위한 도입은 처음...수급란에도 우유업체들 가격 언급 '조심'

구제역 파동으로 젖소가 대거 살처분 되면서 '우유 수급 대란'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자 국내 낙농업계에서 외국산 젖소를 대량으로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종축개량협회는 최근 농림수산식품부에 호주산 젖소(씨암소) 6000여 마리를 들여오는 방안과 이를 위한 검역 개선안을 제출했다. 현행 법규에 젖소 수입에 대한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이 1067 마리로 정해져 있는데, 여기에 추가로 최소 5000마리 이상을 더 늘려 달라는 주문이다.



업계에선 과거 품종 개량 등 실험용으로 소를 들여온 적은 있으나 원유 부족사태에 따라 대량 젖소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미국·캐나다 뿐 아니라 네덜란드·덴마크 등 유럽 낙농국가에서 들여오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광우병 등의 우려가 있어 '청정 지역'인 호주의 상위 5%내 품종을 들여오는 안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에서 소를 들여올 경우 소값이 떨어질 수 있어 일부 낙농가의 반대도 있지만 워낙 '비상시국'이어서 대체로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며 "더 늦기전에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학교 및 군부대에 들어가는 급식 우유의 80% 이상을 공급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서울우유를 비롯한 여타 우유업체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종축개량협회 관계자는 "구제역으로 전체 젖소의 12%인 3만6000여 마리가 매몰 처리되면서 낙농가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초등학교 개학으로 급식 수요가 급증하고 우유 성수기인 4~5월까지 이어질 경우 '우유 대란'이 일어날 수 있어 서둘러 대비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수산부 관계자는 "살아있는 외국산 소를 들여오는 것은 위생상 등의 문제가 있어 다양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급 부족으로 우유 수급 대란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지만 당분간 우유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긴 힘들 전망이다. 정부가 고시해 시장가격의 기초가 되는 원유가가 2008년 9월 이후 2년 이상 고정돼 있어서다.

특히 지난해 공정거래 위원회로부터 담합 의혹으로 추징금을 받은 우유업체들은 '트라우마' 때문인지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12개 우유업체가 2008년 9월 우유와 발효유 가격을 높이기로 담합했다고 판단, 총 188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또 서울우유·매일유업·남양유업 등 메이저 우유업체들은 지난해 9월부터 공정위의 담합의혹 조사가 시작되자 9~13.9%씩 한시적으로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가 지난달 원래 가격으로 되돌렸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우유 업체 관계자는 "유류비와 임금 인상 요인으로 어려움이 많다"면서 "정부가 서민 물가 안정을 내세우고 우유를 '관리 품목'으로 지정해 놓았지만 이제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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