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못주면 쫓겨나는데 상한제 무슨 소용"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11.02.0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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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상한제' 실시되면...반월세 확산, 이면계약, 전셋값 폭등 역효과 가능성

↑ 전세가격 추이 ⓒ국민은행↑ 전세가격 추이 ⓒ국민은행


민주당이 도입 추진키로 한 '전셋값 상한제'에 대한 실효성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전셋값이 폭등한 상황에서 상한제 규제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전월세특별위원회(이하 전세특위)는 9일 전세대란 해소를 위해 전·월세 계약 갱신시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 제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최초 1회에 한해 임대차 계약갱신을 보장해 최대 4년간 살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전·월세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주택바우처제도'도 논의됐다. 전세특위 관계자는 "전세금 5% 상한제를 시행령이 아니라 강제성이 있도록 상위법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이 중심 내용"이라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당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공급자 우위의 전세시장에서 가격규제는 현실성이 없는데다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더라도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전세금 못주면 쫓겨나는데 상한제 무슨 소용"
공급부족 상태에서 전셋값 상한제가 실시되면 계약서와 실제 전세금이 다른 이면계약, 전세금을 올리지 않는 대신 월세로 내는 반월세가 더 확산될 수 있다. 제도 도입전 미리 전세금을 올리는 전셋값 폭등현상도 예상된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박사는 "내집을 적정가격에 임대할 수 있는 임차인의 권리는 고려되지 않았다"며 "전세난에 수수방관한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내놓은 대안일 뿐 약효는 없어 포퓰리즘 정책에 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연 5%의 인상폭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전국 평균 전셋값 상승률은 7%를 넘어섰다. 실제 서울시내에서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서초구는 올 봄 재계약시 전세금을 8000만원 가량 올려줘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입자인 김원형씨(가명, 서울 신사동, 44)는 "집주인 입장에선 전세금 인상제한을 위반해 벌금을 내고 다른 세입자를 받아 전세금을 몇천만원 더 받는 게 이득일 것"이라며 "전세금을 못 올려주면 쫓겨나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법이 시행되더라도 전셋값을 올려주고 재계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전셋값이 오른 상황에서 상한제 실시는 역효과라는 의견도 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집값이 오르지 않을 거라는 기대 때문에 집을 사지 않다보니 전세난이 심화됐는데 정부가 개입해 전셋값을 누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셋값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세입자도 피해를 볼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논의된 재개발·재건축시 임대주택 의무 건설 제도 부활을 통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책은 장기적으로 전세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다만 재개발·재건축때 임대주택 의무건설, 재건축 소형평형 의무 비율 강화는 시장의 반발이 예상된다. 과거 아파트 재건축시 전용 60㎡ 이하 20%, 60~85㎡ 40%를 의무적으로 지어야했지만 현재는 면적과 상관없이 85㎡ 이하 주택형을 60% 짓도록 규제가 완화된 상태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60㎡ 이하 소형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데는 일조하겠지만 앞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재건축 조합들은 사업성이 떨어지고 조합원들이 큰 평수에 배정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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