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美 중고차 시장서도 '각광'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1.02.0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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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가치 비약적 상승…美서 '움직이는 입간판' 역할, '헌차'의 경제학은?

↑기아차 '스포티지R'↑기아차 '스포티지R'


"중고차는 움직이는 광고판?"

국산 중고차가 '클래식 카의 왕국' 미 자동차 시장에서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기존의 '박리다매' 이미지를 떨치고 내구성 높은 브랜드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며 까다로운 미 중고차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

◇美 중고차 시장 이끄는 삼두마차=현재 미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중고차 브랜드는 기아자동차다. 최근 미국의 중고차 가치 평가기관인 오토모티브리스가이드는 2011년 1월 현재 기아차의 3년 잔존가치 상승폭이 글로벌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3년 잔존가치는 신차를 3년 탄 뒤 되팔 때 받을 수 있는 차 가치를 말한다. 정확한 판매 집계가 불가능한 중고차 시장에서는 보통 잔존가치의 높고 낮음을 기준으로 중고차 인기도를 가늠한다.

기아차 잔존가치를 높인 일등공신은 지난해부터 북미시장 판매에 들어간 뉴스포티지(스포티지R)다. 뉴스포티지의 3년 잔존가치는 62%로 조사됐다. 지난해 최우수 잔존가치상을 수상한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에 필적하는 가치다. 국산 뉴스포티지와 아반떼가 미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모델로 발돋움한 셈이다.



기아차 옵티마(국내명 로체 이노베이션)의 중고차 가치도 큰 폭 뛰었다. 1월 현재 옵티마의 3년 잔존가치는 52%인데 지난해 대비 무려 19%포인트 뛴 수준이다.

현대차도 기아차 못지않은 잔존가치 상승폭을 보였다. 아벤떼를 비롯해 쏘나타와 투싼의 3년 잔존가치는 지난 5년간 모두 10% 이상 뛴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일본 브랜드의 가치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토요타 중형세단의 최강자 캠리의 잔존가치는 49.5%, 닛산 알티마는 51.1%로 쏘나타(53.7%)와 투싼(53.8%)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향후 미 시장에서 중고차 판매 전망도 좋다. 업계 전문가들은 2009년 종료된 '중고차 보상판매 프로그램'으로 총 70만대 중고차가 미 시장에서 증발했는데 이에 따른 공급부족 현상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물론 중고차 판매의 비약적 증가가 국산 제조업체들의 이익으로 직접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막대한 광고효과 유발로 대폭적 판촉비용 절감이 예상된다고 입을 모은다.

◇움직이는 입간판…美 도로를 달린다=국산 중고차의 잔존가치가 높아지면 더 오랜 기간 사용될 확률이 높다. 차의 수명이 그만큼 길어지고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이 많아지는 셈이다. 중고차가 현대·기아차의 움직이는 간판 역할을 하게 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게 된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팔린 현대·기아차는 모두 83만대. 여기에 더해 그간 판매증가로 누적된 차량이 처분되지 않은 채 중고차로 재거래되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구매자들의 순수한 차량 운행만으로도 뽑아낼 수 있는 광고효과가 만만찮다는 평가다.

고급 브랜드로의 이미지 개선 효과도 예상된다. 내구성이 높은 모델일수록 중고차 시장에서는 각광을 받는다. 때문에 국산 중고차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 자체가 국산 브랜드의 개선된 품질을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마니아층의 측면 지원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집집마다 개인 차고 겸 정비고를 갖추고 대를 이어 자동차를 물려주는 문화가 있는 미국은 클래식카의 왕국이다. 아직은 먼 일이지만 미 시장에서 국산 중고차 저변 확대가 현재와 같은 속도를 유지한다면 국산차에 열광하는 마니아층 확보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업계는 중고차 판매 증가에 따른 이 같은 광고효과가 결국 미 시장 신차 판매 확대로 연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품질 개선 효과를 미 소비자들이 체감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함께 신차 판매 증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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