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강만수 위원장의 길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 대표 2011.01.3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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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군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나아가고, 언제 머물며, 언제 침묵하고, 언제 말하는가 하는 문제"라고 했다.
 
나아갈 것인가, 머물 것인가, 아니면 물러날 것인가. 요즘 이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3월 주총을 앞둔 금융권의 경우 우리 신한 하나 산은금융이 모두 회장 및 은행장 임기가 줄줄이 끝나 후임자를 선임해야 한다.
 
이번 금융지주 회장 인사에서는 이팔성 류시열 김승유 민유성 등 현직 회장 및 회장대행이 하나같이 재선임을 낙관하기 어렵다. 아주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바로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다.
 
강만수 위원장은 감세와 규제완화, 큰 시장과 작은 정부, 성장과 투자촉진을 골격으로 하는 'MB노믹스'의 설계자며 MB정권 창업자 중 한 사람이다.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그의 위상과 무게는 지금도 부총리급 이상이다.
 
역대 정권의 남덕우 신병현 조순 강경식 진념 이규성 이헌재씨 등에게 견줄 수 있다. 현 정권의 경제관료 가운데서는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정도가 같은 급일 것이다. 금융권의 MB정권 실세 중 한 사람으로 통하는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조차 강만수 위원장은 '계급'이 다르다고 했다.
 
'계급'이 다른 강만수 위원장이 금융지주사 회장에 취임한다면 해당 지주사 입장에서는 앞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는 데도, 추가적인 M&A를 검토하고 실행하는 데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일부 금융지주사 내부에서는 실세 중 실세인 강 위원장을 모셔오자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계급'이 다르고, 추대론까지 나오는 현실을 감안하면 강 위원장은 가지 못할 지주사가 없고, 실제로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옛 재무부와 재경원 시절 그를 오래 모신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물론 MB조차 아마 막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는 비극이다. 관치인사라는 비판을 걱정해서가 아니고, 금융지주사 회장을 모두 대통령의 최측근과 친구로 채운다는 욕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공정한 게임이 아니라는 비판을 의식해서도 아니고, 대통령에게 누가 될까봐서도 아니다. 이런 문제는 오히려 지엽적이다.
 
강만수 위원장은 MB정권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다. 윤진식 의원이나 어윤대 회장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금융권 인사에 관한 한 전임 김대중 노무현 정권보다 훨씬 못하다는 말이 나온 지 이미 오래다. 탐욕적일 정도로 챙긴다는 지적이 많다.
 
강만수 위원장이 갈 길은 스스로를 모욕하는 금융지주 회장이 아니다. 강 위원장의 관료시절 그를 오래 보필했다가 최근 입각한 김석동 금융위원장,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독려하고 후원해야 한다. 특히 'MB노믹스'의 설계자로서 레임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올해 마지막 힘을 쏟아 'MB노믹스'를 다듬고 완성해야 한다.
 
부가가치세 도입, 금융실명제 실시, IMF 외환위기와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극복 등 늘 한국경제사의 중심에 서 있었던 그가 힘들겠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을 보고 싶다. 누구도 예외가 없는 생활인으로서 문제는 정권이 끝난 뒤 해결책을 찾는 게 맞다.
 
요임금이 자신의 군주자리를 넘겨주려 하자 달아나버린 허유나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건국한 뒤에는 황제 유방의 만류를 뿌리치고 산으로 들어가 버린 장량까지는 아니더라도 MB정권에도 끝까지 자존심을 지키는 창업자가 한 사람은 있어야한다.
 
"대숲에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대는 소리를 지니지 않고, 찬 연못에 기러기가 지나가고 나면 연못은 기러기의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고 했다. '문학청년' 강만수 위원장도 읽어봤을 '채근담' 첫 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게 강만수 위원장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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