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26일 지난해 4월~6월 서울시 관내 1997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아파트 관리비 부과·집행'를 감사한 결과 부실 관리로 인한 국민생활 불편과 막대한 국가자원의 낭비 사례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공동주택관리에 대해 감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랑구 D업체의 경우 자본금이 70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비롯해 상당수 업체가 최소 등록요건인 2억 원에 미달했다. 동작구 E업체 등 10개 업체는 3년 이상 주택관리 실적이 전혀 없어 당연 등록말소 대상인데도 등록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동구 K아파트의 경우 요금이 비교적 저렴한 단일계약으로 한전과 전기사용 계약을 체결하고도 세대에는 더 비싼 방식으로 요금을 부과한 후 3년간 발생한 차액 1억3000만 원을 직원 단합비와 동 대표 운영비 등으로 썼다.
◇'동 대표는 평생(?)', 입주자 대표에 금품 로비까지=부실 주택관리업체들이 관리 업무를 따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로비를 하면서 입주자 대표에게 불법 로비를 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지난해 8월 검찰은 위탁관리 입찰 성사를 대가로 금품이 오간 관리업체 및 주자 대표 10명을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하고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에 따라 노원구 J아파트 동 대표들은 자신들만 종신제로 동 대표를 할 수 있도록 관리규약을 개정해 놓고 입주민의 공사 서류 공개 요청을 거절한 사례도 드러났다.
또 주택법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가 계약 체결 등 집행업무를 할 수 없는데도 90% 이상이 이를 위반했다. 마포구 S아파트 전 입주자대표회장 A씨는 아파트 소유권을 상실해 동대표 자격이 없는데도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2년6개월간 입주자대표회장을 하면서 무면허 건축업자와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재활용품 판매와 장터 개설 및 어린이집(독서실) 임대 등의 수익도 불투명하게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관악구 B임대아파트는 부녀회에서 알뜰시장을 관리하면서 연간 1500만 원을 벌었지만 수입과 지출 내역을 입주민에 공개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또 서울시 관내 1258개 아파트 단지 중 지난 3년 간 매년 외부회계 감사를 실시한 단지는 70개(5.6%)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3년 간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단지수는 무려 709개 단지(56.3%)에 달했다.
◇주택법 위반 90%, 지도·감독은 '0%'=이 같은 총체적 부실 상황에서도 지도·감독을 맡은 국토해양부와 서울시 등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공동주택 관리를 사실상 방치했다. 감사원은 "주택법상 벌금 또는 과태료 처분에 해당되는 강행규정 위반 비율이 적게는 12%, 많게는 90% 이상이 되는데도 이에 대한 지도·감독 실적은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에서 입주민간 분쟁을 방지하고자 도입한 관리비 인터넷 공개, 분쟁조정위원회 등의 제도들에 대한 사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최근 입주민 간 분쟁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쟁 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4월 현재 1만2768개 의무공개대상 공동주택 중 3433개(26.9%) 단지에서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었으며, 이는 지난 1난해 1월(8.3%)보다 비공개단지 비율이 오히려 증가한 수치였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 공동주택 관리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국토해양부와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게 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 입주자대표라는 지위를 이용해 관리비를 불투명하게 집행하고 금품을 사례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