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또 마이너스 성장, 앞날 걱정되는 2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11.01.2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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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지난해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블 딥 징조는 아니라는 점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향후 영국 경제는 물론 유럽 경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0.5%로 집계됐다. 시장은 0.5%의 성장을 예상했다. 영국 통계청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데 대해 12월 기온이 10년래 최저로 떨어진 탓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5도나 떨어졌다.



통계청은 추운 날씨로 인해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이 0.5%포인트 깎였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더블 딥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며 올 1분기 성장률은 반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경제를 보면 교통과 통신 분야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건설 부문도 3.3%가 감소했다.

하지만 더블 딥 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영국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2가지 점에서 우려된다. 첫째, 추운 날씨 탓으로 GDP 성장률이 0.5%포인트 깎였다면 날씨 변수를 제외할 때는 제로 성장이다. 시장 예상보다 0.5%포인트 낮은 성장을 한데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특히 날씨와 별 상관이 없는 금융과 서비스 분야 생산이 0.7% 감소했다는 점이 시장의 걱정을 사고 있다. 영국 경제의 3분의 2는 서비스가 점하고 있는데 내수 영향이 큰 서비스 생산이 위축됐다는 점은 향후 영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여 제조업 생산은 오히려 0.9% 늘었지만 영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둘째, 영국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선 내수가 회복돼야 하는데 기대난이라는 점이다. 영국이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추운 날씨와 더불어 경제가 아닌 정치 탓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영국은 국가 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조 파운드를 돌파하자 긴축 재정에 들어서 예산을 대폭 줄였다. 정부가 긴축 재정을 계속하는 한 정부 차원의 수요 견인은 기대할 수 없다.


민간 부문에서도 가계에 기대할 것은 없다. 정부가 지출을 늘기 전부터 오히려 고용은 위축되는 조짐이 나타났으며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조차 급여는 오르지 않는데 물가만 올라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빈 킹 영란은행 총재는 “보통 임금이 물가보다 빨리 오르는데 최근에는 반대 현상이 지속되며 실질 임금이 급격히 줄었다”며 “결과적으로 올해 실질 임금은 6년 전인 2005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낮아 자산효과에 기댈 수도 없으며 오히려 가계는 부채를 줄이는 과정이기 때문에 소비 위축이 우려된다.

돈을 갖고 있는 것은 기업뿐이지만 정부가 지출을 줄이는데다 원가 상승 압박마저 높아져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도 어려워 보인다.

다만 긍정적인 점은 영국의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이 3.7%로 목표치 2%를 훌쩍 넘은 가운데 인플레이션 우려는 다소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렉스 칼럼을 통해 “재정 감축으로 수요가 위축되고 인플레이션 기대도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킹 총재는 물가 상승 압박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올리지 않은데 대해 최근의 경제 약세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킹 총재도 인정하듯 영국의 경기 회복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가 부채로 재정 긴축에 나선 다른 유럽 국가들의 경제 역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사실을 예고해준다.

아울러 경기가 부진하고 임금이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잦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식료품 가격이 상승세를 계속하면 공급이 견인하는 물가 오름세가 가팔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영국이 침체 속에 물가만 상승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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