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관리하는 '귀한' 기업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김태은 기자, 오수현 기자 2011.01.2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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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원전기술 뺏길라..모니터링 대상확대

국정원이 관리하는 '귀한' 기업들


국가정보원이 최근 한국형 원전기술 관련 기업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기업들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기술경쟁력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기술 유출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정원 관리대상에 포함되는 중소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해 말 한국형 원전 관련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경영진을 비롯해 연구소 등 주요 기술 인력의 모니터링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기업은 포스코 (381,500원 ▼6,000 -1.55%), 두산중공업 (18,260원 ▲140 +0.77%), 대우조선해양 (31,700원 ▲900 +2.92%), STX중공업, 대우건설 (3,625원 ▼30 -0.82%), 대림산업 (57,400원 ▼2,900 -4.81%), 한국전력기술, 현대건설 (33,500원 ▼450 -1.33%), 한전원자력원료, 우진 (9,150원 ▲30 +0.33%) 등으로 알려졌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말 국정원으로부터 관리대상에 포함돼 출입국 등 주요 활동이 모니터링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원전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연구소장을 비롯해 주요 연구인력의 명단을 전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위 기업들에 확인해보니 대부분 국정원의 관리를 받고 있거나 새로 받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며 "한국형 원전기술이 미국, 유럽 등과 맞설 정도로 높아져 혹시 모를 기술유출에 대비하려는 차원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일부 기업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

국정원 관리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한국 최초 원전인 고리1호기 이후 30여년 만에 4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UAE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 세계를 놀라게 한 주인공들이다.

프로젝트는 대기업을 비롯해 '강소기업'의 공동연구 형태로 진행돼 한곳에서 새면 전체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아울러 국가 인프라에 속하는 철강, 기계, 건설 등에서 보유한 기술도 적잖은 터다.


국정원의 기업인 모니터링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국내 주요기업 오너와 경영진, 연구·개발 인력의 동향을 점검해왔다.

과거에는 정부가 기업의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측면도 있었으나 이제는 국내기업들의 핵심기술 유출을 막는 기술안보 차원으로 변모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구나 국내 대기업들의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기술유출 피해사례도 증가했다.

국정원은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에도 눈길을 보내고 있다. 기술유출이 대부분 대기업 협력업체에서 이뤄진 사례가 많고 중소기업 가운데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곳도 다수 등장해서다.

국정원에 따르면 산업기밀보호센터가 적발한 기술유출 건수는 2004년 23건에서 2009년 43건으로 배 가까이 늘었고 대기업보다 중소·벤처기업에서 기술유출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편 국무총리실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가 규정하는 한국의 핵심기술은 △전기·전자분야 △자동차 △철강 △조선 △원자력 △정보통신 △우주항공 △생명공학 등 총 8개 분야 49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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