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의 고민, 전세난에서 살아남기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11.01.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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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대규모 입주단지에서 해법 찾아라

‘도로 캥거루? 아파트 탈출? 아니면 월세 유턴?’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더는 아파트 세입자 신분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독립할 나이가 됐음에도 부모의 경제력에 기대어 사는 20~30대를 지칭하는 '캥거루족'에 비해 '도로 캥거루족'은 부모에게 의지하게 된 이유가 남다르다. 이미 독립을 했다가 다시 부모와 불편한 동거에 들어간 사연은 전세금 부담 때문이다.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다세대·다가구 주택으로 터전을 옮긴 '아파트 탈출족'이나 오랜 월세생활 끝에 전세입자로 신분상승(?)을 했다가 다시 월세살이를 하게 된 '월세유턴족'도 전세난으로 인해 생겨난 사람들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세가격 상승이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만 간다. 최근에는 1년 전 가격이 현재의 전세가격과 맞먹는 매물까지 등장하는 등 전세가격의 상승세가 무섭기만 하다. 전통적으로 겨울철은 전셋값 조정기지만 유독 이번 겨울엔 동장군의 위용이 전세시장까지 옮아가는 모습이다.

◆전세 가격 얼마나 올랐나

실제 전세가격은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셋값 상승률은 7.1%를 기록했다. 2002년 10.1%의 상승률을 보인 이래 8년 만에 기록한 최고치다. 부산과 대전이 각각 13.7%와 15.0% 올라 선봉에 섰다.



경기지역의 아파트 전세가격도 연일 상승세다. 3.3㎡당 평균 전세가격이 400만원을 넘었다.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신도시를 제외한 경기도 아파트 3.3㎡당 평균 전셋값은 1월 현재 1년 전과 비교해 24만원이 상승했다. 서울과 비슷한 약 6.4% 상승한 수준이다.

서울에서는 강남의 전세가격이 높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강남·북간의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에 따르면 강남, 강동, 서초 송파 등 강남4구와 나머지 21개구의 3.3㎡당 전세 평균가격은 각각 956만원과 622만원이다. 2006년 1월에는 199만원, 2008년에는 251만원의 격차를 보였다가 2009년 225만원으로 줄어든 바 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68%가 치솟았다.




전세가 상승으로 전세자금보증액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지난해 전세자금 보증 공급실적은 5조7668억원으로 2009년도의 4조6757억원 보다 23%(1조911억원) 늘어났다. 2004년 3월 공사 출범 이후 최대 규모다. 전세자금보증 이용자 수 역시 2009년 19만9128명에서 2010년에는 22만3952명으로 12% 증가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보는 전셋값 상승 이유는 올해 공급물량이 예년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가 줄어드는데 따른 심리적 요인이라는 해석이다. 전세입자는 더 오르기 전에 계약을 마치려고 하고 집주인은 전세가격이 높아질 것에 대비해 미리 가격을 높이는 식이다.

금리인상과 집값 하락 우려로 인한 거래부진도 전세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보인다. 김은진 부동산1번지 DB팀장은 “매매시장이 극심한 거래부진에 시달리면서 수요자들이 전세로 몰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금자리주택 공급도 전세금 상승에 한몫 했다"며 "청약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주택 수요자들이 전세로 눌러앉은 탓”이라고 밝혔다.

◆전세 찾기 해법은?

그렇다면 전세매물을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토부와 국민은행이 발표한 주택 가격 동향 조사를 살펴보면 작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1만6530개 부동산 중개업소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전세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고 한 답변은 80.7%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역적으로 보면 공급이 더 많은 곳이 있다. 위의 조사에서는 2.4%가 여전히 공급이 더 많다고 응답했다. 중개업소별로 전세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곳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내집마련정보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고양 덕이지구, 김포 등 경기 북부단지의 대단지 입주가 예정돼 있어 전세 무풍지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지영 팀장은 “전세난이 심할 때에는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과 대단지 아파트 중심으로 전세를 구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단지 아파트는 소규모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주변 편의시설과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이 좋다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1~2월 대단지 입주 어떤 곳 있나

우선 서울 강동구 강일동 ‘고덕리엔파크1, 2단지’에서는 1241가구가 이달 중 입주할 예정이다. 공급면적은 77~112㎡이며 전세가격은 78㎡가 1억8000만~1억9000만원 수준이다.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에서 걸어서 5~10분 거리에 위치하고 고덕주공아파트 3단지와 가깝다.

마포구 공덕동의 ‘래미안공덕5차’는 2월 입주 예정이다. 공급면적은 79~148㎡로 총 794가구로 구성됐다. 81㎡의 전세가격은 2억5000만~2억8000만원 정도다. 지하철5호선 애오개역이 걸어서 5분, 지하철 6호선 및 경의선 공덕역 등은 걸어서 12분 정도다.

용산구 신계동 ‘신계e-편한세상’ 867가구도 2월에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면적은 82~187㎡로 이중 82㎡의 전세가격은 2억9000만~3억원 선이다. 지하철6호선 효창공원앞역이 걸어서 10분 거리다.

경기권에서는 김포시 걸포동에 ‘오스타파라곤1~3단지’가 이달 입주를 계획하고 있다. 공급면적 112~214㎡로 1636가구로 구성됐다. 113㎡ 전세가는 1억2000만~1억5000만원이다. 김포지역과 일산신도시를 잇는 일산대교와 김포고속화도로 진입이 수월하다.



2월에는 고양시 덕이지구 A2·3·4블록에서 ‘신동아파밀리에’가 입주할 예정이다. 113~350㎡ 3316가구로 이뤄진 대단지다. 113㎡ 전세가는 1억3000만~1억7000만원선. 지난해 7월에 개통한 경의선 전철이 개통되면서 단지와 인접한 탄현역에서 용산까지 약30분에 진입이 가능하며 지하철 3호선 대화역과도 인접해있다.

인천에서는 연수구 송도동에서는 ‘송도자이하버뷰1·2단지’ 1069가구가 2월에 입주를 앞두고 있다. 공급면적은 112~196㎡로 다양하다. 전세가는 126㎡가 1억3000만~1억7000만원이다. 인천1호선 센트럴파크역이 걸어서 5분 거리다.

전세 계약 시 체크 포인트

전세 계약을 하기 전에는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잔금을 치르기 전에도 등기부등본을 한차례 더 떼어보고 바뀐 사항이 없는지 체크해야 한다. 중도금을 치르는 사이에 근저당이 추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사이 근저당이 추가됐거나 가처분 등 소유권 제한 사항이 새로 추가됐다면 계약을 포기하는 것이 좋다.

근저당권 설정액이 크면 확정일자를 받더라도 전세금을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 근저당 설정액과 전세금을 합친 금액이 집값의 70~80%를 넘으면 계약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확정일자도 꼭 받아야 한다. 확정일자는 전입신고와 동시에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잊지 않고 하자. 확정일자보다 강력한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전세권 설정이다. 다만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등기 설정비용이 들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집주인이 허락을 안 해줄 수도 있지만 설득을 잘해서 해두도록 하자.

임차권 설정 등기도 도움이 된다. 임차권 설정 등기는 전세금을 빼지 못해 임의 경매를 신청할 때나 전세금을 받지 못하고 이사를 갈 경우에 대비한 포석이다. 해당 전셋집의 소재를 관할하는 법원에 접수하면 된다. 임차권 등기를 신청한 뒤에는 절대 이사를 가거나 전출을 해선 안 된다. 누락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임차권 등기가 끝났는지를 꼭 확인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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