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찰개혁 '구호'에 그치지 않기를

머니투데이 배혜림 기자 2011.01.1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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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경찰개혁 '구호'에 그치지 않기를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재임 당시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경찰의 변화'를 수시로 강조했다. 지난해 초 유흥업소와의 유착비리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경찰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르자 강 전 청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자정 의지를 밝혔다. 감찰제도 개선, 부적격자 퇴출을 주축으로 한 경찰개혁안도 제시했다.

경찰청장 퇴임 이후 4개월여가 흐른 지난 10일. 백발의 초췌한 모습으로 검찰에 출두한 강 전 청장을 보고 국민은 씁쓸함과 함께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브로커 유상봉씨와의 끈끈한 관계가 과거 부패척결 의지를 다지던 그의 결연한 모습을 무색하게 한다.



강 전 청장은 억대 금품을 받고 유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도피를 권유했다. 강 전 청장은 경찰서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유씨와 만날 것을 부탁하기까지 했다. 유상봉 인맥 넓히기에 앞장 선 셈이다. 검찰은 강 전 청장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 치안을 책임진 총수가 영어(囹圄)의 몸이 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강 전 총장의 운명보다 더욱 암울한 것은 경찰 지휘부 다수가 함바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에 이어 전·현직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소환을 앞두고 있다.



경찰 조직이 받은 충격은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한다. 경찰 내부에서는 신뢰도 추락은 물론이고 경찰의 숙원이던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도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권력을 엉뚱한 곳에 남용하는 곳에 부패척결의 임무를 맡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경찰 조직 먼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경찰은 이번 사태를 무겁게 여기고 지휘부부터 일선 경찰관까지 브로커로 전락한 스스로의 모습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은 마약쟁이에게 마약장사를 하고 '소변 바꿔치기'로 범인을 빼돌리는 경사와 주류반입이 금지된 노래방에 안주를 납품한 경찰관, 유흥업소에 단속정보를 흘린 경찰관의 이야기를 질리도록 들어왔다.

뼈를 깎는 노력 없이는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경찰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찰이 그동안 개혁을 다짐하며 외친 화려한 구호들이 모두 현실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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