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사퇴해야" 청와대에 반기 든 한나라…왜?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박성민 기자 2011.01.10 16:37
글자크기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한나라당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청와대, 즉 이명박 대통령이 결정한 인사에 대해 한나라당이 전면 반기를 든 것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이를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달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안상수 대표가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론을 내렸다"며 "최고위원 전원이 똑같이 정 후보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반기 든 한나라당 왜?=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은 "국민여론이 나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안 대표가 직접 여론을 수렴한 결과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홍준표·서병수 최고위원은 "당이 나서서 정 후보자 임명 철회를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주류, 비주류를 가리지 않고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아무리 여론이 좋지 않다고 해도 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결정사항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정 후보자의 문제로 제기되는 것들이 명백한 범법행위가 아니라 감사원의 독립성 훼손과 전관예우 등 도덕성과 연결된 사안이다. 여당이 나서서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은 다소 의외의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 청와대와 '선 긋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어지는 인사 관련 악재를 당이 그대로 안고 갔다가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할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당에서 먼저 거리를 뒀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당내 소장파들은 김태호 총리 후보자 등이 지난해 8·8 개각 과정에서 낙마하면서 한나라당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냉각됐는데, 이를 되풀이 할 경우 총선 필패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중심의 당청관계에 대한 불만이 당내에 누적된 것도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견제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레임덕' 시작되나 = 한나라당이 정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린데 대해 청와대는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권력누수 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안 대표가 나서서 이런 결정을 했다는 사실이 '레임덕'설에 힘을 싣고 있다. 친이(친 이명박)계인 안 대표 취임 이후 한나라당은 청와대와 각을 세운 적이 없다. '청와대 2중대'라는 당내 비판이 나올 정도로 청와대에 우호적이던 안 대표가 이 대통령의 인사결정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를 주도한 임 실장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인사를 주도한 인물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림에 따라 정 후보자가 감사원장직을 맡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감사원장에 임명되기 위해서는 국회 본회의 의결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여당까지 부적격 판정을 내린 상황에서 본회의 의결을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는 형식으로 마무리 될 것 같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정 후보자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다"며 "이것이 정부와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에게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