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이라? '보쌈'에도 세련미 물씬

정지유 다이어리알기자 2011.01.1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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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다이어리알 추천맛집/가로수길 '쌈테이블'

신사역에서 신사중학교까지 곧게 뻗은 가로수길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강남일대에서 가장 붐비고 트렌디한 곳 중 하나다. 흔히 가로수길이라 통칭하는 메인도로는 이미 온갖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의류매장, 카페들로 포화상태로 새로움을 찾고자 하는 오너들은 그곳에서 한걸음쯤 들어서 위치한 양측에 작은 골목들까지 점차 상권이 넓혀 새롭게 ‘세로수길’이라 부르며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서울시내 가장 트렌디한 동내라서인지, 감각적인 분위기의 카페는 물론 레스토랑들도 제법 많긴 하지만 동네 특성상 여성적인 성향이 강하다 보니 소탈한 술집보다는 예쁘장한 카페가, 한식보다는 양식 레스토랑이 뚜렷한 강세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편안한 분위기에서 가볍게 한잔 하고픈 남성들은 이쯤되면 가로수길에 갈곳이 없다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한데 그 모든 불만을 한번에 잠재워 줄 반가운 곳이 있다.



‘쌈테이블’은 한국식 술집 겸 밥집이다. 다소 귀엽고 감각적인 이름에 고만고만한 트렌디한 음식점으로만 생각했다면 큰 오산. 이곳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이가 바로 고급 한식 레스토랑 ’더가온’ 출신의 김희진 셰프이기 때문이다.

그는 넉넉한 인상만큼이나 호텔 양식당을 거쳐 퓨전, 한식까지 두루 섭렵한 맛깔 난 손맛으로 유명한데 지난 7월 지인과 함께 뜻을 모아 이곳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꿈꾸던 일이라 이름, 장소, 메뉴 등 어느 하나 고민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한다. 특히 메뉴를 정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는데 수십개의 후보 메뉴들 중 베스트만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고. 그렇게 파트너와 오랜 시간 수차례의 회의를 거친 후 비로소 지금의 5개의 베스트 메뉴들이 탄생했다.





한눈에 쏙 들어오는 메뉴들은 여느 술집에 비해 다소 단출하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못 할 바에야 아예 시작하지도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그의 신념만큼이나 꽤나 탄탄하다. 쌈테이블의 대표메뉴인 쌈테이블보쌈을 선두로 고등어구이, 맛간장닭튀김, 흑돼지제육볶음과 흑돼지고추장찌개 등 재료와 맛에 따라 고르게 구성된 알찬 메뉴들 중 추천메뉴인 ‘쌈테이블보쌈(2만원)’과 집에서 편하게 먹던 반가운 메뉴인 ‘제주산흑돼지고추장찌개(1만2000원)’의 맛이 궁금해 골라 보았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주위를 둘러보니 예상외로 여성고객들의 비중이 높은데 여느 한국식 술집과 달리 젊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한몫 했다. 공간은 크게 1층의 외부와 지하의 내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은 편안한 포장마차 분위기로 꾸미고 주방이 위치한 지하는 일본식 사케집을 연상시키는 기다란 바(bar)테이블과 프라이빗한 룸, 홀 이렇게 3공간으로 구분지어 놓았다. 메인홀은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벽과 바닥, 나무소재의 테이블로 심플함은 강조하고 빔프로젝트, 원색의 의자를 배치해 포인트를 주어 심플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느낌이다. 그렇게 완성된 공간은 담배연기 자욱하고 소탈하기 만한 남성들만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여자친구들끼리도 가볍게 한잔하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어 보인다. 단 한개뿐인 룸은 10명 남짓한 공간으로 반쯤 오픈되어 있으면서도 아늑한 느낌의 소규모 모임이나 조용한 시간을 갖고자 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사각의 넓은 접시 가득 보쌈이 담겨 나왔다. 우선 담긴 내용부터가 여느 보쌈과는 사뭇 다른데 보통 빨갛게 양념한 무채김치와 새우젓, 배추가 함께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추겉절이와 겨자로 양념한 무채를 함께 낸다. 늘 익숙해진 맛이 아니라서 어울릴까 싶지만 막상 먹어보니 톡 쏘면서도 알싸한 겨자의 맛이 고기의 느끼함은 잡아주고 뒷맛은 깔끔하게 해주어 술도둑이 따로 없다. 무엇보다도 촉촉한 육질이 돋보이는데 육즙이 빠져 퍽퍽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테이블에서 따로 가열하지 않고 미리 알맞은 온도로 맞추어 내는 셰프의 노하우 때문이라고.

특히 이곳에서 사용되는 돼지고기는 모두 제주산 흑돼지고기만을 고수하는데 매일매일 직송으로 받기에 준비된 양이 모두 소진되면 더 이상 판매를 할 수 없기에 애써 찾은 단골들이 발길을 돌려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리하는 사람으로서의 양심을 버릴 수 없어 힘들더라도 재료만큼은 좋은 것을 고집한다고 한다. 돼지고기와 채소를 듬뿍 넣어 진하면서도 적당히 달짝지근한 맛의 고추장찌개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 새콤한 김치와 돼지고기, 채소 등 충실한 내용물을 건져 먹는 재미와 진한 고추장 국물을 후후 불어가면서 먹다보면 어느덧 뱃속까지 뜨끈해지는 느낌이다. 제주도산 생물 고등어를 담백하게 구워내는 고등어구이나 고소하게 튀긴 닭고기를 새콤달콤하면서도 칼칼한 맛간장으로 버무려내는 맛간장닭튀김 등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아쉬우니 메뉴를 달리하며 자주 들려보자.



위치 : 신사역 8번 출구로 나와 오모리찌개 투썸플레이스 사이 골목으로 좌회전 후 가로수길 방면으로 우회전 10m직진 새마을식당 맞은편 건물 지하1층.
메뉴 : 쌈테이블보쌈 2만원 제주산고등어구이 1만6000원 맛간장닭튀김 1만6000원
영업시간 : 18:00~04:00
전화번호 : 02-517-5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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