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를 꽃 피우려면

더벨 윤아영 기자 2011.01.0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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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1월03일(10:0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2010년 12월20일. 한국부동산투자운용협회가 한국리츠협회로 새롭게 태어나는 창립총회가 열렸다. 협회사·자산운용사(AMC)·증권사 등 리츠시장 관계자들이 200여명 가까이 참석한 가운데 서길석 리츠협회 초대 회장은 건배사로 "리츠를 꽃피우자. 활짝 꽃피우자. 무궁무진 꽃피우자"고 외쳤다.



리츠시장은 2002년 도입된 이래로 정체 상태였다. 리츠는 설립하기까지 까다로운 요건이 많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밀려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시장에 기회가 찾아왔다. 부동산PF가 주춤하고, 일반 투자자들이 직접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것에 관심이 높아졌다. 덩달아 지난해 하반기부터 설립 인가를 냈거나 준비 중인 리츠가 늘고 있다.



일부는 리츠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상황인데 갑작스런 주목은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실제로 몇몇 기획 부동산업자들이 '○○리츠'라는 이름을 달고 투자자를 모아 설명회를 연 사례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설립된 리츠협회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재처럼 정부의 리츠 관련 법·제도 완화에만 의지해서는 리츠시장을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선뜻 투자할 수 있도록 리츠회사가 신뢰를 얻으려면 내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법·제도 조정이 큰 틀이라면 리츠 관계인들이 내부를 든든하게 채워 넣어야 한다.

리츠협회도 스스로 시장의 토대를 탄탄하게 세우기 위해 아직 이뤄지지 않은 기본적인 것들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부동산자산운용전문인력 데이터베이스(DB)가 정리돼야 한다. 정부나 리츠회사들은 부동산 전문인력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다. 리츠를 설립하려는 회사들은 최소 5명을 채워야 하는 전문인력을 찾지 못해 설립을 연기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현재 부동산자산운용전문인력은 자산운용교육과정 수료생들만 따져도 2000~3000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인력은 넘쳐나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인력 확충이 쉽지 않은 문제가 생겼다. 전문인력 관리의 효율화와 투명성을 위해 인력 DB를 구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외국의 리츠 사례 연구도 필요하다. 리츠가 국내에 도입된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리츠 사례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는 전무하다. 국내엔 아직 연구를 할 만큼 충분한 리츠가 운용되고 있지 않다. 외국 리츠들의 좋은 예·나쁜 예를 연구해야 리츠 실전 운용의 답이 나올 수 있다.

리츠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이다. 해야 할 일은 많고, 가야할 길은 멀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리츠의 역할과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본적인 문제부터 잘 다듬어가야 할 것이다. 창립총회에서의 구호처럼 리츠시장이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 활짝 꽃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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