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플 잡으려면 '사시미'대신 '패거리'를"

머니투데이 뉴욕=강호병특파원 2011.01.0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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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김 美 컬럼비아대 교수가 말하는 디지털 시대 생존술

제리 김 美 컬럼비아대 교수 신년 특별 인터뷰
- "애플은 모바일계의 마이크로소프트는 못된다."
- "디지털 사시미는 실수의 여유가 없다..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
- "디지털 패거리는 하루아침에 안돼..오랫동안 인내를 갖고 투자해야"

"삼성이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같은 디지털 리더가 되고 싶다면 개발자 동맹군인 '디지털 패거리'를 만들어라. '디지털 사시미' 전략으론 안드로이드속의 삼성은 될지 언정 삼성의 안드로이드는 나올 수 없다.”



↑ 제리 김(김원용) 미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 ↑ 제리 김(김원용) 미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


제리 김(Jerry W. Kim, 김원용) 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36, 사진)는 디지털 경제시대 전략적 주요 경쟁요소로서 동맹(얼라이언스)을 역설했다. 가령 인텔의 성공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를 뺄 수 없다.

반면 폐쇄적인 애플은 "모바일계의 MS같은 패자(覇者)는 절대 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제품 정체성 유지를 위한 플랫폼 통제 때문에 혁신과 동맹이 제한된다는 이유에서다. 동맹을 통한 보완자(컴플리먼트) 관계를 넓힐 때 초단위로 변하는 디지털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는 적자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 교수는 "20년전만 해도 디자인, 기술, 마케팅 등 기업 경쟁력 요소가 안에 다 있어야했지만 요사이는 그럴 필요 없다. 관계가 훨씬 더 중요하다. 더 큰 적이 있으면 합종연횡해서 싸워야한다"고 말했다. 위를 견제하기위해 오와의 동맹을 권유하는 제갈량같다.

김교수의 디지털 동맹론은 경영전략의 전범으로 읽혀 온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5가지 경쟁우위이론(5 Forces)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다. 포터가 시장 환경을 구매자, 공급자, 잠재 경쟁자, 대체재, 시장내 경쟁 등 5가지로 봤다면 디지털시대 경영학도인 김교수는 얼라이언스라는 한 가지를 더 얹었다.

미국 경영전략학계가 주목하는 신예 김 교수를 뉴욕 맨해튼 허드슨강변에 자리한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연구실에서 만나 격변의 시장환경과 디지털 시대 생존술에 대해 들었다.


- 올해 역시 업계 헤드 스토리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가 장식했다. 애플은 뭘 잘했나? 시장을 잘 읽은 것인가

▶애플은 디지털 시대 경쟁의 원천이 외부의 파트너십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2000년대 애플의 재기는 아이팟에서 시작됐다. 잡스가 초기 실패경험을 거울삼아 전략을 바꿨다. 그가 제일먼저 했던 것은 음반회사와 연계였다. 음악이라는 컴플리먼트를 얼라이언스(아이튠)해서 사용자가 온라인으로 쉽게 살 수 있게 했다. 그 전 미국에선 이같은 서비스가 없었다. 잡스는 메이저 음반회사 음악을 한 플랫폼에 가져와서 한곡에 99센트로 저렴하게 배포했다.

 음반판매수입 자체는 애플에 돈이 안된다. 음반회사가 수입 70% 가져가고 유지비 빼면 남는 것 없다. 아이팟을 가치있게 만든 것은 음악을 사기 쉽게 만든데 있다. 아이팟의 가치는 아이튠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이폰도 같다. 처음 출시됐을 때는 전화기 였을 뿐이다. 몇개 앱이 있었지만 모두 애플이 만든 것이었다. 아이폰 가치상승은 앱스토어가 만들어진 3G부터 시작됐다. 애플이 플랫폼을 만들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와서 돈을 벌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 그렇다면 애플의 전략은 베스트인가. 한계가 있다면 무엇인가.

 ▶ 요사이 애플 모델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이 많이 던져지기 시작했다. iOS 플랫폼은 폐쇄적인, 통제가 된 플랫폼이다. 즉, 품질관리를 해서 적합하지 않은 것은 걸러낸다. 난잡한 것, 외설적인 것, 심지어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혁신성은 줄어든다.

 플랫폼이 완전히 오픈되면 난잡해질 수 있어도 본인이 생각할 수 없는 컨텐츠 나올 있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에는 누구나 아무거나 올릴 수 있다. 가려내는 사람도 없다. 개방성 때문에 폰도 다양하게 출시된다. 하드웨어가 많이 나오니 값도 내려간다. 개발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애플보다 안드로이드로 기울 수 밖에 없다. 5~10년후에는 안드로이드 프로그램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 애플과의 싸움에서 안드로이드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나.

 ▶ 승부를 시장점유율 차이로 정의할 때 안드로이드가 승자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내년 안드로이드폰의 점유율이 애플 아이폰을 능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시장점유율 20~30%에 만족한다면 애플의 전략은 고마진이 보장되는 괜찮은 전략이다. 그러나 모바일의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패자(覇者)가 되고 싶었다면 잘못된 전략이다.
↑ 제리 김 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빛의 속도로 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동맹(얼라이언스)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승부수가 됐다고 강조했다.↑ 제리 김 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빛의 속도로 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동맹(얼라이언스)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승부수가 됐다고 강조했다.
 - 얼라이언스 측면에서 애플의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인가.

 ▶ AT&T와 독점적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 실수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AT&T 한명만이 아니라 누구든지 아이폰을 팔수 있게 열어놔서 디바이스 퍼져서 사용기반 넓어지고, 값이 떨어지는 것을 촉진했더라면 새로운 플랫폼이 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내년 버라이즌을 통한 판로를 연다고 하지만 이미 모멘텀을 놓친 것 아닌가하고 생각한다. 그 전략을 2년전에 했으면 안드로이드가 전혀 위협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주주 입장에서 보면 애플이 시장을 더 크게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 자존심문제인가. 애플이 통제형 모델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으로 보는가.

 ▶제품, 소비자에 대한 강한 철학이 있는 것이다. 잡스는 버튼 많은 것, 지저분한 것을 싫어한다. 애플이면 애플다운 것을 가져가려 했다. 그런 철학에서 시스템을 열어 놨을 때 통제가 안된다. 애플은 기술을 잘 모르는 일반인이 모바일이나 컴퓨터를 주도할 것이라고 믿었다. 애플이 소비자를 보는 개념이 다른 것이다. 그리고 전자기기가 기술이라기 보다 패션일 것으로 생각했다. 애플 생각이 맞다면 좋은 전략이다. 그러나 개방으로 갔을 때 나올 수 있는 혁신을 놓치기 쉽다.

 - 한국 IT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제조는 1등인데 시장을 리더 하지 못한다. 따라가기 바쁘다.

 ▶삼성전자 (77,600원 ▼400 -0.51%)가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애플같이 IT를 리더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면 컴플리먼트/파트너십을 통해 독자적인 생태계, 즉 에코시스템을 구축해 가야한다. 개발자 동맹군이라 할 '디지털 패거리를 만들어야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휴대폰은 잘 만들지만 트렌드와 기술을 주도하는 회사라는 생각은 안든다. 에코 시스템에서의 관계, 명성, 지위가 없는 탓이다. 그것이 없는 한 안드로이드 속의 삼성은 돼도 삼성의 안드로이드는 나올 수 없다.

제품 전략보다 플랫폼 전략이 중요하다. 한국 회사 처럼 경쟁을 스피드 위주로 하다보면 에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를 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 디지털 패거리가 왜 중요한지 좀 더 설명해달라

 ▶ MS를 보면 개발자 커뮤니티, 네트워크가 두텁다. 개발자들이 와서 돈을 벌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프로그램 개발 툴도 공짜로 주고 개발자를 위한 컨퍼런스를 항상 한다. 20살 처음 소프트웨어 개발할 때부터 MS제품에 익숙해진다. MS용 제품 개발하다보면 그 제품 많이 쓰게되고 기술을 주도하는 회사라는 생각이 자연적으로 들게 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 애플, 구글도 오랫동안 그런 투자를 해왔다. 그들의 패거리에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힘이 나온다. 플랫폼 정책의 실패로 밀려난 대표적 사례가 소니다.

- 소니 실패 사례를 좀더 얘기해달라.

▶게임(플레이스테이션)을 제외하고는 에코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없었다. 한번도 소니 개발자 컨퍼런스가 없었다. MP3 초기엔 소니가 굉장히 유리했다. 워크맨이 있었기에 음악플레이어 하면 모두 소니를 떠올렸다.

그러나 초기 MP3는 기능이 너무 떨어졌다. 음악 다운로드면에서 너무 많은 제약을 걸어놓은 탓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지금 애플 아이팟이 아니라 소니 뮤직플레이어를 다 쓰고 있었을 것이다.

여기엔 소니내부의 이행상충도 한몫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쪽에서는 음반, 영화회사가 있어 개방형으로 못갔다. 아이팟을 만들었으면 소니뮤직에서 불법복제를 조장한다고 우려했다.

 - 삼성은 IT에서 트렌드 무버(trend mover)라기 보다 얼리 팔로어(early follower : 조기 추종자)로 보인다. 삼성전략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학생들에게 삼성전략의 예로 들어주는 것은 과거 윤종용 부회장이 주창한 '디지털 사시미' 전략이다. 원자재처럼 동질적인 상품시장에서 돈 버는 방법에 대한 통찰이다. 생선이 몇 일 지나면 쓸모없지만 신선할 때 빨리 들어가서 팔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시장을 빨리 읽고 빨리 들어가면 잠깐씩 돈을 많이 끌어낼 수 있다.

 사는 방법이고 좋은 전략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런 식으로 계속 잘 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전략적으로 생각하면 실수를 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여유랄까 버퍼를 남겨놓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애플이 아이폰 5를 출시했는데 실패하면 아이폰6를 내서 만회할 기회가 있다. 주도자이고 리더니까. 그러나 한국기업처럼 개발 초기에 마진을 먹는 전략을 택하면 한번의 실패에 휘청거릴 수 있다. 돈도 많이 벌 수 있지만 인텔처럼 플랫폼을 주도하는 것에 비해서는 안전하지 않은 전략인 것은 사실이다.

 - 그렇다면 삼성은 디지털 사시미 전략을 버려야 하는가. 이건희 회장이 10년후에 1등제품 다 없어질 수 있다고 한 것도 그 전략의 한계를 직감한 것으로 보인다.

 ▶ 삼성이 구글이나 애플과 같이 되고 싶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꼭 모두가 구글과 애플처럼 될 필요는 없다. 제품전략으로 보면 삼성전략은 우수하다. 단점은 스피드에 의존하는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10년 20년 후에도 계속 이길 수 있을지...

 - 삼성이 애플같은 리더로 변신키로 결심한다고 해도 위험이 있을 텐데.

 ▶그렇다. 언제 수익이 나올지 모르는 투자를 계속 해야 한다. 기술적 리더십을 가지려면 눈에 안보이는 간접적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일종의 딜레마다.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풍토에선 결과가 불확실한 투자는 이뤄지기 어렵다. 이것은 철학을 완전히 바꾸는 문제다. 그래서 변신은 최고 리더십이 결정할 문제이자 인내를 요하는 것이다.

  <제리 김(Jerry W. Kim) 美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명 김원용. 35세 젊은 나이지만 디지털 전략과 얼라이언스에 특히 밝다. 인터뷰중 디지털 경제에 대해 무엇을 물어도 막힘이 없이 풀어냈다.
"삼성, 애플 잡으려면 '사시미'대신 '패거리'를"
 서울대 경제학과 94학번으로 99년 최우수성적으로 학부를 졸업한뒤 미 하버드대 석박통합과정에 유학, 2004년 석사, 2006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직행위를 다룬 박사학위논문은 관련 학회에서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교수로서의 끼와 능력을 알아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서 일찌감치 점지, 2007년에 바로 교수로 부임했다.

 컬럼비아 MBA에서 교수로 생존하긴 간단치 않다. 월가,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하다 온 학생들이 많고 또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사정없이 교수에게 질문을 들이대기 일쑤다. 그 논쟁에서 지면 도태된다.

 한국인으로서 미국 유명대, 그것도 '전략' 담당 교수가 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말로 먹고살기 때문에 우선 영어실력부터 원어 교수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해야한다. 거기다 아는 것도 많아야한다. 어디서 날카로운 질문이 튀어 나올 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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