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미디어 빅뱅'에 임하는 자세

머니투데이 도준호 교수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2011.01.0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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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미디어 빅뱅'에 임하는 자세


2009년 미디어법 통과부터 작년 마지막 날 종편 사업자 선정 발표까지 과정은 그야말로 우여곡절이라는 말이 적합할 것이다. 수많은 정치적 논란을 뒤로 하고 결국 2011년 국내 방송시장은 4개의 종편 사업자와 1개의 보도전문 채널 사업자의 진입을 맞이하게 됐다. 미디어 빅뱅이라고 표현되는 미디어 시장의 대변화가 현실화 된 것이다. 과연 무엇이 달라지는가?

긍정적인 측면을 살펴본다면 시청자 입장에서 보다 많은 볼거리를 기대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수신료가 지나치게 저가로 형성돼왔다. 월평균 유료방송 시청료는 7달러에 불과해 동남 아시아 국가들보다 낮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콘텐츠에 대한 제값을 받기 어려웠기 때문에 케이블 방송들은 자체 제작을 기피해 왔고 이미 지상파방송에서 방영된 연예 오락 프로그램을 한주에 수 백 번씩 재방영했다.



유료방송의 본질은 지상파와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서 시청자 스스로가 프로그램의 가치를 느껴 시청료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작년에 '수퍼스타 K'가 시청자들의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듯이 기존의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는 되는 다양한 포맷의 뉴스와 드라마 제공으로 시청자들의 시청권이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많은 4개의 종편 사업자와 1개의 보도PP가 선정되면서 방송사업자간에는 시청자의 주목을 끌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문제는 국내 방송광고시장 규모가 한정되어 있고 성장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에 있다.



당초 많은 미디어 전문가들이 시장에서 수용 가능한 적정한 종편 사업자의 수를 1~2개로 예상했지만 결국 특혜시비를 줄이기 위한 절대평가 방식이 도입되면서 방송시장의 무한경쟁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방통위는 광고총량제 등 제도 개선을 통하여 현재 GDP의 0.7%의 광고시장 규모를 2015년까지 GDP의 1%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대기업들의 글로벌 광고 시장에 대한 비중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계획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이러한 방송시장의 레드오션화 상황에서 기대되는 것은 방송사업자들 간의 극심한 경쟁이다. 치열한 경쟁은 결국 시청률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고 시청률 확보를 위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 편성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고품질의 프리미엄 콘텐츠 제공을 통하여 유료방송시장의 활성화를 이루려는 당초 정책 목표가 퇴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론의 다양성 확보 및 공정 보도 이슈도 큰 문제점으로 등장할 것이다. 이번 종편 선정 과정에서 사업자간 예비사업자였던 주요 일간지의 보도 행태를 보면 앞으로 과연 방송사업자로서 공정보도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심히 우려스럽다.

수많은 자사 홍보성 기사를 쏟아 내었던 일간지들이 방송사업에 진출해서 자사이기주의적인 보도 행태를 거둘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진보성향의 언론들은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 언론들이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미디어가 제공하는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보수 진영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과도하게 우리 사회에 노출됨을 우려하고 있다. 엄격한 보도의 공정성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작년 송년회 모임에서 미디어 시장의 빅뱅을 비유하면서 모 지상파 방송사 국장님이 하신 이야기가 생각난다. 경춘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구 경춘가도의 교통량이 감소해 휴게소 매출이 급감했고 휴게소가 반값으로 매물로 나왔으나 살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앞으로 미디어 기업들은 도태될 위험에 처해있다.

미디어 기업의 핵심 역량은 양질의 콘텐츠 제공에 있다. 스마트 TV 시대에는 고객인 시청자와의 지속적인 관계형성도 대단히 중요해질 전망이다. 미디어 기업들은 미디어 빅뱅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방통위는 규제기관으로서 당초 정책 목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후속 대책 마련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방송시장의 전체 규모를 키워나가면서 고품질의 프로그램 제공으로 시청자의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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