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이 만든 리비아 대수로는 8대 불가사의"

머니투데이 중앙일보 2010.12.3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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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사건’ 때 구금됐던 한국인 2명 전격 사면 지시

"韓기업이 만든 리비아 대수로는 8대 불가사의"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생각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무아마르 알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사진)

 “오해입니다. (한국 대사관원의 간첩 활동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통령이 나이가 칠순이 넘고 몸도 편치 않은 형을 직접 리비아에 보낸 것만 봐도 (한국의 진심을) 아실 수 있지 않습니까.”(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우리는 최선을 다해 한국을 밀어 줬는데 한국이 너무 무관심했습니다.”(카다피)

 “우리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확실히 고치겠습니다. 코란에도 ‘용서는 신이 내린 가장 큰 선물’이란 구절이 있습니다.”(이 의원)



 “그러면 이 문제는 이제 덮고, 두 나라 간에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엽시다.”(카다피)

 지난 10월 3일 트리폴리에서 400㎞ 떨어진 시르테시(市) 인근의 사막. 카다피 원수는 고향인 이곳에 설치된 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로 날아온 이 의원과 이런 대화를 나눈 끝에 양국 관계 정상화를 선언했다. 6월 리비아 당국이 우리 대사관 직원의 정보 활동을 문제 삼아 추방한 이래 넉 달째 계속돼 온 한·리비아 외교 갈등이 종식되는 순간이었다.

 한숨 돌린 이 의원은 “이번 사건에 연루돼 구금 중인 전모·구모씨 등 한국인 2명을 풀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서울을 떠난 주한 리비아대표부 관계자들을 돌려보내 달라. 리비아에 있는 한국 기업들을 배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카다피는 이 의원의 잇따른 요청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그렇게 해 주겠다”는 답을 연발한 뒤 한 시간가량의 면담을 마무리했다.


 리비아에서 ‘왕 중 왕’으로 불리는 카다피 원수의 말 한마디로 모든 문제가 일사천리 해결됐다. 한국에 대한 항의 표시로 석 달 넘게 트리폴리에 머물러 온 주한 리비아대표부 관계자는 나흘 만에 서울로 복귀했다. 각각 13억6000만 달러와 4억5000만 달러의 대형공사를 수주하고도 신용장이 개설 안 돼 애태우던 현대·대우에도 공사 승인이 떨어졌다. 종교법 위반 혐의로 장기 구금돼 온 전씨·구씨도 이틀 만에 풀려났다. 카다피는 29일 한국에 또 하나의 선물을 했다. 전씨와 구씨의 모든 혐의를 사면한다고 직접 지시해 두 사람이 재판 과정 없이 다음 달 초 귀국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이다.

 카다피 원수는 “한국은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변신한 놀라운 성공사례”라며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 인적자원 개발로 기적을 만든 한국은 리비아가 따라가야 할 모델”이란 말을 자주 한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또 “1980년대 한국 업체가 완성한 리비아 대수로는 인류의 8대 불가사의”라며 폭염 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의 근면성을 칭찬하곤 한다고 그는 전했다. 당국자는 “카다피 원수는 자신의 정치사상을 담은 『그린북』이란 책에서 사막을 옥토로 만드는 ‘녹색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한국이 만든 대수로는 이런 녹색혁명에 잘 부합하는 사례란 점에서 그가 한국에 호감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국자는 “하지만 리비아 측은 한국 교과서나 언론에 이따금 카다피 원수에 대해 부정적인 글이 실렸던 점에 섭섭함을 품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리비아가 우리 대사관원을 추방하는 등 강경조치를 한 배경엔 이런 섭섭함이 축적된 끝에 오해가 빚어진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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