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사태' 신상훈·이백순 기소…라응찬 무혐의(상보)

머니투데이 배혜림 기자 2010.12.2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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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고소·고발전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횡령 의혹이 제기됐지만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분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이중희)는 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로 신 전 사장을, 업무상 횡령 및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백순 신한은행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4개월간 진행해 온 신한은행 수사를 종결했다.



◇신상훈, 차명계좌로 비자금 조성
신 전 사장은 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06~2007년 투모로그룹에 438억원을 부당 대출해줘 신한은행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를 받고 있다. 당시 투모로그룹은 외부감사보고서상 '계속기업 존속 의문' 평가를 받고 다른 은행에서 수백억원대의 대출을 받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신 전 사장은 대출을 심사하면서 일선 지점장에게 10여차례 전화해 투모로그룹 대출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표시하고 대출승인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해당 지점장으로부터 부정적인 의견을 보고받았지만 이를 무시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신 전 사장이 재일동포 주주 2명으로부터 8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금융지주회사법 위반)를 추가로 적발해 공소장에 포함시켰다. 검찰 관계자는 "신 전 사장이 재일교포 주주를 이른바 '스폰서'로 활용했다"고 전했다.

신 전 사장은 15억66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를 빼돌린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도 받고 있다. 그는 2005년부터 매년 이희건 명예회장 명의의 계좌를 신규 개설해 경영자문료 지급 명목으로 회사 자금을 끌어다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이 명예회장의 경영자문계약서와 계좌개설신청서를 만든 사실(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도 드러났다.

해당 자금은 신 전 사장의 법인카드 결제계좌로 입금(2억1000만원)되거나 라 전 회장의 변호사 선임 비용(2억원)으로 사용됐다. 신 전 사장은 이 명예회장에게 8억원이 건너갔다고 주장했지만 입증되지 않았으며 나머지 자금은 현금 형태로 사용돼 용처가 파악되지 않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백순, 3억 정치권 전달 의혹은 확인 못해
이 행장은 신 전 사장이 조성한 비자금 가운데 3억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를 받고 있다. 그는 신한은행이 관리하던 재일교포 주주들의 계좌에서 현금 3억원을 인출해 외부인사에게 전달한 뒤 이를 비자금으로 충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자금은 정치권으로 전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종착점을 확인하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 행장은 신한금융지주 유상증자 과정에서 실권주를 배정받은 재일동포 주주로부터 5억원을 받은 혐의(금융지주회사법 위반)도 적용됐다.

◇라응찬 횡령 지시·개입 흔적 없어
그러나 검찰은 라 전 회장이 이 행장의 횡령을 지시하거나 회사자금으로 변호사 선임 비용을 썼다는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라 전 회장은 이 행장에게 3억원을 현금화해 정치권에 전달하라고 지시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이를 입증할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 전 사장이 "라 전 회장의 변호사를 선임하고 비용을 지급했다"고 진술하고 라 전 회장은 "해당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형사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라 전 회장만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검찰의 '봐주기 수사'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가능한 한 제기된 의혹을 입증하려고 했지만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운용은 과태료 부과 사안이어서 탈세 혐의 적용도 검토했으나 국세청 내부 기준상 고발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기소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신한 사태'는 지난 9월 신한은행이 신 전 사장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신 전 사장 등이 라 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횡령에 가담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른바 '빅3'가 모두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이달 초 신 전 사장과 이 행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으나 김준규 검찰총장의 내부 방침 공표로 비난을 받게 되면서 불구속 수사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이후 총장의 리더십 부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신 전 사장과 이 행장의 신병처리 방향을 심각하게 고민했고 이 과정에서 검찰 내부의 의견 충돌은 없었다"며 "신 전 사장이 법인카드 결제계좌로 들어간 자금 2억1000만원을 공탁했고 신한은행의 대외 신인도 등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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