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오세훈, 김문수…그들이 복지를 내세우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10.12.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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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잠룡들 사이에 복지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한나라당 내 주요 대권주자들은 잇따라 복지정책 관련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이 앞장서서 복지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는 현상과 관련 정치권은 복지가 다음 대선의 당락을 가를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박근혜식·오세훈식·김문수식 복지는?= 복지정책 수립과 관련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대권후보는 박 전 대표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일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 공청회를 열고 '선진국형 복지'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전부개정안에는 △생애주기별 복지 제공 △보육과 의료, 교육 등으로 복지 개념 확대 △단발성 지원이 아닌 수혜자의 자립을 위한 복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박 전 대표의 '경제 교사'로 불리는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기존 복지는 일회성 현금 지급 형태라 그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선진국 수준의 복지를 위해서는 국민이 생애주기별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도 복지 관련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내세우고 있다. 그의 평소 복지관은 고기를 제공하는 게 아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복지관에 기초해 '서울형 그물망 복지'라는 개념을 만들기도 했다.

특히 오 시장은 무상급식 문제와 관련 서울시의회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다. 서울시의회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자 오 시장은 전면 무상급식은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여론이 마냥 호의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오 시장은 자신의 복지관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선택적 무상급식을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김 지사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복지관을 밝히고 있다. 그의 주장은 '현장 맞춤형' 복지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 경기도가 실시하고 있는 위기가정을 지원하는 '무한돌봄사업' 등이 대표적인 예다.


무상급식과 관련해서는 강경한 오 시장과 달리 경기도의회와 절충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공약이던 친환경 학교급식을 확보하되 이를 각 시·군이 무상급식비로 사용할 여지를 터놓는 방식이다.

◇'복지' 화두 계속되는 이유는?=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이 흔히 진보의 의제로 생각되는 복지정책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에 대해 정치권은 "복지의 확대가 시대정신"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민들의 삶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고, 경제 성장에도 국민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은 "국가가 잘 되면 개인도 잘 된다는 믿음을 국가가 심어줘야 하는데, 그게 바로 복지"라며 "대권을 준비하는 박 전 대표가 복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념상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잡아야 하는데, 그 지름길이 복지정책 강화라고 해석하고 있다.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지난 대선 때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반작용으로 성장이라는 화두에 동조했다면 이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작용으로 복지라는 화두에 공감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대권주자가 아니더라도 복지에 관심을 갖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여권 관계자는 "특히 수도권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 복지에 더욱 힘을 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총선이 다가올 수록 이들 의원들은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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