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이을 '넥스트 이머징'은 누구

머니투데이 송선옥 엄성원 기자 2010.12.2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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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자원·인구·규제개혁 등 이점

2011년은 골드만삭스가 이머징 시장의 강자 'BRICs(브라질 러시아 중국 인도)'를 꼽으며 이들의 부흥을 전망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그 사이 이들의 신장세는 눈부셨다.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자리하며 G2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브라질은 미주대륙의 건실한 우량국으로, 인도는 이제 중국과 견주는 기세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 러시아는 다소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풍부한 자원을 뒷심으로 일취월장이다.



이제 10년. 이들을 뒤이어 글로벌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이끌 신흥 후보군들이 도약을 꿈꾼다. 경제 전문 이코노미스트는 2011년 경제 전망에서 내년 가장 주목받을 새 이머징 강자로 아프리카,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을 꼽았다. 신 신흥국들의 무엇이 글로벌 경제의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인지 살펴봤다.
브릭스 이을 '넥스트 이머징'은 누구


◇인도네시아 '젊은 인구, 폭발적 구매력'
 세계 4위의 인구, 정치적 안정성과 혁신적인 기업. 거기에 석유 목재 등 풍부한 천연 자원까지. 요즘의 인도네시아를 설명하는 수식어들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신흥시장 중에서도 인도네시아를 가장 먼저 꼽았다. 골드만삭스 역시 2005년 차세대 신흥시장 '넥스트 11'으로 선정한데 이어 최근 브릭스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짐 오닐 자산운용부문 대표가 2011년 유망 성장국가로 제시한 ‘MIKT(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에도 이름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아예 브릭스에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BRIICs'라는 신조어까지 통용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빠른 회복세를 기록했다. 경기 회복에 따른 부존자원 수요 증가는 성장의 모멘텀 역을 톡톡히 한다.



 수출 비중만 놓고 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18%로 말레이시아나 대만보다 낮다. 이를 뒷받침한 것은 브라질보다 많고 젊은 인구(2억6000만명)이다. 이들은 자동차, 휴대폰 등 폭발적인 구매력으로 성장을 이끈다.

 경기 활황에 인도네시아 증시도 터져 나간다. 지난해 87% 랠리에 이어 올해도 40% 상승했다. 굳건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루피아화는 4% 이상 절상됐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급증, 내년 140억달러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사들이고 있는 종목은 은행·소비자 관련주다. 경기회복에 대한 견고한 믿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과거 군정의 후유증을 말끔히 털어낸 안정적인 정치환경도 지속적 성장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수실로 밤방 유도유노 대통령은 2004년 취임한 이후 부패와의 전쟁으로 투자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했다. 뱅크 다나몬에 따르면 GDP 중 재정적자 비율은 2001년 80%에서 올해 27%로 확 줄었다. 내년 경제 성장률은 6%로 예상된다.

 지난해 재신임된 유도유노 정부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는 여전하지만 반부패 저항과 투자환경의 제한적 개선은 여전히 숙제이다.

불투명한 기업의 지배 구조도 약점이다. 규제 당국은 올해 인도네시아 최고 석탄회사인 부미 리소시스와 바크리에 가문에 의해 지배되는 다른 기업들의 회계구조에 대해 의문을 제시했다.

 또 중앙은행이 인플레를 잘못 판단할 위험이 있다는 것도 채권 투자자에게는 부담이다. 현재 인플레율은 정부 목표치인 6%를 넘어서 있다.

◇ 아프리카 '남아공+ 이집트'
 연말 브릭스 4개국은 새 회원을 영입했다. 아프리카대륙을 대표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아프리카 유일의 주요 20개국(G20)이자 올해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뤄내며 인종차별적 백인정권을 대체한 흑인정부의 출범에 가해지던 의혹의 눈초리를 확실히 털어냈다.

여기에 비록 브릭스가 공식기구는 아니지만 신흥국의 이익을 대변할 브릭스 정상회의에 정식 회원국으로 참여케 되며 소외된 대륙에서 세계 경제 중심으로 단박에 도약할 기회를 맞았다. 남아공 정부는 이 같은 브릭스 편입을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브릭스도 굳이 명칭을 바꿀 필요가 없다. 끝에 소문자였던 s를 남아공 국호에 맞춰 대문자 S, 즉 BRICS로 표기하면 된다.

남아공의 경제 규모는 2860억달러로, 기존 브릭스 중 경제 규모가 가장 작은 러시아
의 1/4에 불과하다. 인구도 4900만명으로, 중국의 13억6000만명, 인도의 12억명, 브라질의 1억9100만명, 러시아의 1억4200만명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남아공은 아프리카 진출의 관문이자 교두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오닐 대표는 개별 국가로서의 남아공은 브릭스 구성원이 되기에 한참 부족하지만 남아공을 아프리카 대표로 본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논평했다.

남아공은 사하라 사막 이남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으로 아프리카의 10억인구를 수요를 기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자동차 판매 증가로 백금(자동차의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컨버터의 촉매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세계적 백금 공급처인 남아공의 성장 잠재력은 크다.

반면 사하라 이북,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잠재력은 이집트가 보여준다.

이집트는 유럽, 중동과 맞닿아 있다는 지리적 이점과 새로 발견한 원유, 천연가스 등 자원이 무기다. 이집트 또한 골드만 삭스의 '넥스트11' 국가다. 올해 5.1%, 내년 6%로 안정적인 경제성장세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자원 확보를 위한 중국, 인도 등 신흥 강자들의 러브콜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 업체들의 서비스업 투자도 가속화되고 있어 그간의 빈국 이미지를 빠르게 벗고 있다. 이집트 정부도 법인세 등을 낮추고 투자 신청 절차를 일원화 하는 등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개방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MSCI 이머징마켓 지수 편입으로 투자 리스크가 현저히 감소한 것도 이집트의 강점이다. 이집트 증시는 외국인 투자가 꾸준히 늘면서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2005년 300억달러에 불과하던 이집트 증시의 전체 시가총액은 810억달러로 5년새 2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선진 증시의 부진이 이집트 증시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할 것으로 보인다. 2000~2008년 이집트 증시의 연 평균 수익률은 39%에 달한다. 이 기간 세계 증시의 평균 수익률은 2%에 불과하다.

◇터키 '수출 지역 다변화'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 지역 사이에 있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오스만 제국의 옛 영광 재현을 꾀하고 있다.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5%로 이는 유로존 평균 1%보다 훨씬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터키가 2050년 유럽 경제권 내에서 두번째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성장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꼽힌다.

 저평가로 수출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는 환율, 건전한 은행 부문, 다양한 수출지역 등이다. 특히 터키 전체 수출물량 중 유럽 비중은 45%에 불구하다. 월드컵 개최로 더욱 호황을 띨 것으로 보이는 중동 지역 수출비중이 20%를 차지, 다변화된 수출지역으로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이에 따라 터키의 오랜 숙원이었던 유럽연합(EU) 가입이 무의미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터키의 현재와 같은 경제적 위상은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입 논쟁을 무의미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지난 10월 터키의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올해와 내년 GDP 성장률을 각각 6.5%. 5%로 제시했다. 놀랍도록 탄탄한 경제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재정적자와 부채수준이 정부의 중기 경제프로그램 목표치를 상향하고 있다며 내부 변동성이 큰 것도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터키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정부 목표치 5%를 상회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자 매료시킨 규제개혁'
아랍 최대 경제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수장으로서 국제 유가를 좌지우지하고 있지만 정부 규제와 폐쇄적 사회구조, 석유 수출 일변도의 산업 구조 등으로 글로벌 투자대상에서는 항상 뒷전이었다.
이를 의식해 사우디 정부는 규제 개혁과 산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결과, 세계은행(WB)이 최근 글로벌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투자환경 개선이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로 사우디가 뽑혔다.

사우디 경제의 최대 강점은 오일머니를 앞세운 풍부한 자금력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특집기사에서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지속적인 오일머니 유입과 꾸준한 인구 증가가 투자자들을 사우디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 이라크 등 여타 중동시장에 비해 정세 불안이 덜하고 기존 에너지 중심의 플랜트산업에서 쇼핑, 교육 등 서비스산업으로의 산업 다각화 확장 의지가 강해 성장 가속화가 기대된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와 함께 도로 교통 등 인프라에 5년간 4000억달러 이상 투입하는 등 양적완화 기조가 한동안 지속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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