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적 일군 자동차 부품사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10.12.27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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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가 이렇게 될 줄 알았나요." 올 연말 자동차업계 인사들이 각종 사석에서 멋쩍은 웃음과 함께 종종 전하는 말이다.

정말 이렇게 될 줄 몰랐다. 2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만 해도 직격탄을 맞은 국내 자동차업계는 모두 "앞이 안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위기 속에서도 선전하더니 올해는 경기회복 국면을 맞아 글로벌 무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올들어 현대·기아차 (113,900원 ▼5,700 -4.77%)는 지난해보다 100만대 이상 더 팔아 120년 세계 자동차산업 역사에 기록을 남기게 됐다. 전체 자동차 국내생산은 400만대, 해외생산은 255만대, 수출은 500억달러를 각각 달성했다.

화려한 조명을 받는 주연배우 뒤에 수많은 연출진이 있듯 자동차산업의 숨은 주인공은 부품회사다. 뼈를 깎는 원가절감, 치열한 품질혁신으로 지금의 국산 자동차 경쟁력을 만들었다. '이렇게 될 줄' 몰랐지만 이렇게 된 게 결코 우연은 아니다.



이제 해외 유수 완성차업체들이 먼저 나서서 우리 부품을 찾고 있다. 벤츠, BMW, 폭스바겐, 닛산 등 콧대 높던 선진기업들이 오히려 부품을 달라며 아우성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태도도 달라졌다. '슈퍼 갑'으로 불리던 현대차 (241,000원 ▼8,000 -3.21%)가 틈만 나면 '상생'을 찾는다. GM대우는 최근 열린 부품협력사 1박2일 워크숍에 엠 벤카트람 구매담당 부사장과 담당 임원들이 직접 참석해 이례적으로 모든 일정을 함께 했다.

물론 아직 부족하다. 강제적 납품단가 인하(CR) 같은 불공정 거래관행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정부의 대중소 상생협력 정책도 피부에 와닿는다는 부품사는 별로 없다.


올해 부품 수출액은 180억달러를 넘어 사상최대가 될 전망이다. 내년 한국 부품사들의 기를 더욱 살려줄 정부 정책과 완성차의 진정성 있는 상생의지를 기대한다. '토끼띠' 새해에도 우리 부품사의 선전을 기원하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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