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업계 최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라도 D램 가격이 더 떨어지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D램 제조사가 3곳만 있으면 기가 막힌다. 지금 있는 '빅4' 중 한 곳은 머지않아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D램 업계 각각 1위와 2위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건재한 가운데, 각각 3위와 4위인 일본 엘피다와 미국 마이크론 중 한 곳은 수익성 악화로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D램을 40나노대 공정으로 생산하면 직전 제조공정인 50나노대 공정보다 반도체 회로선폭을 더 미세화할 수 있어, 단일 원판(웨이퍼)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개수가 50% 정도 늘어난다. 단일 원판에서 생산되는 D램 개수가 늘어나면 가격경쟁력도 자연히 높아진다.
1980년대 D램 시장에 40여 개 업체가 난립했지만, 지금은 난야와 파워칩 등 대만의 군소업체들을 제외하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엘피다, 마이크론 등 사실상 4곳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상황이다. 특히 '치킨게임'이라 불렸던, 2007년부터 2009년 상반기까지 이어진 전례 없는 D램 업계 불황으로 5위권에 속했던 독일 키몬다가 2009년 초 파산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단기적인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내심 D램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바라며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머지않아 해외 경쟁사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한국기업들이 D램 시장을 독식하게 될 때를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