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통화의 독점적 발행은 화폐공급을 과다하게 할 수 있다. 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이나 최근 짐바브웨뿐만 아니라 1970년대 세계경제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은행의 독립, 엄격한 물가목표제 도입 등으로 각국에서 화폐의 과다발행을 제어하게 된 것은 20~30년 정도 역사에 불과하다.
따라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달러독점현상에 대해 비판이 제기된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시정하는 것이 앞으로 세계경제의 불균형을 고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금본위제, 상품화폐, SDR, 다극화된 경쟁적 기축통화체제 등이 제시될 수 있다. 이중 금본위제, 상품화폐제도 등은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SDR 역시 이의 공급량을 조절해줄 세계의 중앙은행 역할을 해줄 곳을 찾기가 어렵다. 그뿐 아니라 SDR는 각 통화가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신뢰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비중을 특정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도 여러 측면에서 맞지 않다. 결국 다극화된 기축통화체제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따라서 세계 통화체제는 다극체제(3극체제가 유력)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체제는 한 통화의 과다발행을 막기 때문에 글로벌한 불균형을 제어하는 장점이 있으므로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렇다고 달러본위제라는 패러다임이 당장 무너지지는 않는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현 체제의 부작용이 무수히 나오면서 그 무게를 견디기 힘들 정도가 될 때 어느날 급작스럽게 부러지는 과정을 밟는데, 아직은 부작용이 그만큼 누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유로존은 여전히 취약하며 자신의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 고령화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건이다. 중국은 통화가 국제화조차 되어 있지 않으며 자신들이 비난하는 달러에 자국 통화를 묶어놓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다극통화체제로 갈 길은 한참 멀고, 달러 중심의 패러다임은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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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물경제의 변화를 감안하면 방향은 정해졌다.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처럼 중국은 세계 통화체제의 헤게모니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