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가 '전설의 고향'입니까"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10.12.2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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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X파일]마을名이 독바위…해령골·여수네…

"멋진 에듀타운을 놔두고 해골마을이 뭡니까."

경기 광교신도시의 마을이름 선정 문제로 수원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이 시가 발표한 마을 명칭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최근 수원시 지명위원회를 통해 마을명칭이 가결된 곳은 광교택지개발사업지구내 8구역 11곳. 마을이름은 역말, 금강수리마을, 길마재마을, 독바위마을, 혜령골마을, 여수내마을, 의상마을, 두릉리마을, 성죽골, 안골 등이다.



지역마다 지형적 특징, 옛 지명을 반영해 지명위원회에서 가결된 명칭들이다. 독바위마을은 군부대아파트 고갯길 옆에 장독 같은 바위가 있어 지어졌고 아주대 북동쪽 마을인 혜령골마을은 혜령군 묘가 있었던 것에서 유래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독바위, 혜령골, 여수내 등은 독(毒), 해골, 여우 등 부정적인 단어가 연상된다는 이유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광교자연앤자이 입주예정자 김영진씨는 "혜령골이라고 하면 직감적으로 유령골짜기, 묘지 위에 지은 단지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며 "이름만 들으면 광교신도시가 전설의 고향으로 지어지는 줄 알겠다"고 지적했다.



마을이름이 여수내로 지어진 광교래미안 입주예정자는 "충청도 사투리로 여수는 여우란 뜻인데 벌써부터 여우댁이라고 놀림을 당하고 있다"며 "예쁜 자연, 꽃 이름도 많은데 요즘 트렌드에 맞지 않는 이름이어서 마음에 안든다"고 말했다.

민원이 거세지자 수원시는 다시 이름을 선정키로 했다. 수원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혐오감이 느껴지고 세련되지 못하다는 의견이 많아 기존 발표를 철회하고 처음부터 다시 명칭을 짓기로 했다"며 "젊은층이 기존 에듀타운 같은 영어이름이나 일산, 동탄처럼 별빛·은빛마을, 숲속마을 등 한글이름을 선호하는데 다른 곳과 중복되지 않으면서 주민들을 만족시킬 예쁜 이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도권 신도시마다 이름 짓는 문제는 논란거리다. 김포시는 이달초 한강신도시 9개 구역의 이름을 선정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개발전 기존 지명을 반영한 구래, 가오대, 오라리, 구지, 능모루 마을 등을 탐탁치 않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인근 장기지구 주민들도 옆 단지의 명칭 선정 작업이 진행되자 다시 이름을 바꿔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이곳은 2008년 청송, 초당, 고창, 수정마을로 명칭이 정해졌다.

장기지구 주민은 "과거 설문조사 당시 청송교도소, 초당 순두부, 초딩(초등학생), 전라도 고창 등이 생각나는 이름에 대해 주민들이 반대했지만 결국 결정됐다"며 "마을 이름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데 이름이 촌스러워서 그런지 집값도 안오르고 주민들도 창피해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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